힘든 일상의 순간들을 그림책 소재로 만들어 보자

나와 너, 우리의 삶은 동화다

by lalageulp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순수하면서도 감동적이고, 발칙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나고 다양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소리 내서 실감 나게 읽다 보면 그림책에 더 몰입하여 빠져들게 되는데요.

그림책을 읽다 보니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하지만 간혹 그림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상상치도 못한 생각을 한다 거나, 혹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면 이걸 그림책 소재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제발 안 했으면 좋을 행동'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이 그저 그림책의 소재가 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영화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다'라고 생각하거나 '미운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내 영화 속 주인공'이다라고 생각 한다고 말이죠. 그러면 모든 서사가 다 이해가 되고, 나 혹은 그 미워 보였던 사람이 사랑스러워지게 된다고요.


이처럼 영화 속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것도 좋고, 그림책 소재도 좋습니다.

일단 그것을 훗날을 위해 적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는 만 5세 아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그림책 제목 컬렉션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중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만 5세 아들의 취미는 냉장고 문 열기입니다.

아들이 냉장고 문을 열기 시작한 건 엄마품에 안겨서부터 인듯합니다. 아들에게 냉장고는 항상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차 있는 곳간입니다. 그래서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냉장고 앞입니다.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도 냉장고 앞을 늘 굳건히 지켰습니다. 잡고 일어서고, 두 손이 냉장고 문손잡이에 닿게 되면서부터는 스스로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열기 시작했는데 다시 닫지는 않더라고요.

어쨌든 그렇게 냉장고를 사랑하는 아들은 냉장고에 있는 모든 음식은 스스로 꺼내겠다고 때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더운 여름날에도 냉장고 문을 열고 더위를 식히고, 혼이 나서 눈물이 날 때도 냉장고 문을 열고 눈물을 말렸습니다. (여전히 냉장고 문은 닫진 않았어요..)


매번 냉장고 문을 열고 닫고 하니 전기세도 많이 들어가는 거 같고,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아들에게 냉장고는 정말 친구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냉장고는 내 친구'라는 그림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라며 제안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은 그림책의 책 제목이 매우 마음에 들어 하는 듯 보였습니다. 본인이 생각해도 냉장고가 친구처럼 너무 좋은 존재라고 여겨서 일까요? 그림책의 스토리에 대해 흥분해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신랑 역시 이 주제에 대해 흥미롭게 보는 눈치였습니다.

모두가 예민해져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그저 하나의 소재라고 여기니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상상을 하다 보니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런 아들의 마음, 아들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특별히 화낼 필요가 없는데 내 안의 스트레스로 인해 아이에게 화를 내는 순간이 올 때 이 방법을 종종 사용합니다. 그래서 '그림책 만들기' 카테고리 안에는 '엄마가 사라지면 좋겠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시간여행 과학자' 등 다양한 책 제목들이 쓰여 있습니다.


아이들의 귀엽고 순수한 모습으로 인해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키우는 과정에서 매번 기쁘고 행복한 순간만 있진 않는데요. 화가 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들은 꼭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 순간들 마저도 '나중에 그림책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며 소재를 하나씩 기록하는 겁니다.

소재를 적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그림책으로 나올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더 나아가 그림책의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 보면 아이의 입장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니 동화 작가가 된 그날을 상상하며 지금은 많은 소재들과 행복의 순간들을 착착 축적해 나가 보면 어떨까요? 정말로 아이가 자란 뒤 엄마만의 그림책이 출간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저는 그림을 못 그려서 그림책 낼 일이 없을걸요."라고 말하지는 마세요.


요즘은 그림을 그리지 못해도 AI로 얼마든지 스토리에 걸맞은 그림을 만들수 있고, 꼭 그림책이 아니더라도 짧은 글 동화책도 괜찮으니까요.

우리는 그저 모든 일상을 동화 같은 날들로 가득 메워나가기만 하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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