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 안 하고 휴가 다녀왔다고 하지 마라!
직장인들은 휴가기간이 다가오면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어느덧 회사 17년 차인 나는 올여름 또 한 번의 여름휴가를 맞이했다. 새해부터 이 시기까지 열심히 달려온 당신에게 서서히 몸이 신호를 보내온다.
"자네 이제 좀 쉴 때가 되었다네."
첫 번째 신호는 바로 같은 루틴을 살고 있는데 자꾸만 더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기면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알아서 나를 깨운다. 새벽 4시 10분 전, 문득 눈이 떠져 시계를 찾아보면 알람이 울리기 불과 1~2분 전인 경우가 자주 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휴가가 다가올 때 즈음이면 이 당연한 루틴 속에서 이상하게 피곤함을 느낀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던 아침도 점점 버거워지고, 때론 일어나도 되지만 그냥 침대에 더 누워있고 싶은 생각에 애써 루틴을 거부하기도 한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이런 상태라면 몸이 쉬라고 말하는 것임을 알아채야 한다.
두 번째 신호는 점심식사 후 평상시 답지 않게 졸리다는 것이다.
급히 챙겨야 하거나 긴장해야 하는 오후 업무가 없을 때 특히 졸음이 심하게 찾아온다. 평소에는 이럴 때면 가볍게 몸을 움직여주거나 화장실을 한번 다녀오면 졸음이 사라지곤 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감기고 꾸벅 졸기까지 한다면 여러분은 휴가를 계획해야 한다.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고 하지만 세상 가장 무거운 것이 바로 눈꺼풀이다. 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런 신호가 잦다면 여러분은 반드시 쉬어야 한다.
자, 몸에서 이런 신호를 보내온다면 이제 여러분은 제대로 쉴 준비를 해야 한다. 쉼도 계획이 필요하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다."라고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난 스무 번 가까운 휴가기간 동안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해보았는데 무엇보다 만족도가 높았던 것 3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3가지는 매우 주관적인 것이며, 직장인들이 더욱 슬기롭게 하반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1. 짧지만 확실한 혼자만의 휴식시간
휴가기간이 아무리 기간이 짧다고 해도 혼자만의 휴식시간은 필수다.
휴가는 가족/ 연인과 보내야 한다. 그동안 회사일 때문에 그들과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에라도 이 기간 1순위는 가족/ 연인이다. 두말할 것 없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들에게 꼭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제안한다. 가족/ 연인/ 친구와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정신적/ 육체적 힐링이 된다고 하더라도 꼭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시간을 마련하자.
혼자서 영화를 보거나, 혼자서 책을 읽자. 혼자 걷고, 혼자 커피숍에 들러 차를 마셔보자. 개인적으로 혼자 서점에 가보는 것도 참 좋다고 생각한다. “혼자(Alone)”라는 것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마련하라는 의미다. 특히, 요즘같이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 묶여있는 일상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물리적 거리의 단절과 소통의 단절이 “혼자”를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단 몇 시간이라도 혼자라는 느낌, 방해도 없고, 연결도 없어서 어느 순간 "외롭다"거나 "춥다"라는 느낌이 드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수개월간 나를 느끼지 못한 채 일과 삶에 치여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나에게 집중을 하는 이 시간은 나를 성찰하고, 나를 다독이고, 나를 응원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통해서 현재 내 상태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고 지금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 제대로 된 방향인지 점검할 수 있다. 또, 이 시간을 통해 앞으로 내가 마련할 계획을 기획해 볼 수 있다. 또,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철저하게 나라는 존재 자체를 느낄 수 있다.
생각해보라.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본지가 언제인지 말이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최근 자주 나를 느끼고 있다. 달리기를 하면서부터다. 이어폰을 꽂고 심장을 울리는 빠른 비트의 음악을 듣고 있지만 어느 순간 음악소리는 오간데 없고 내 숨소리가 귓가에서 맴돈다.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를 급하게 내뱉으며 모진 고통 속에서 가까스로 달리기를 이어가지만, 이상하게도 정신은 맑아지고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오롯이 내가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휴가기간이면 더욱 "달리기"에 열심히인지도 모르겠다.
2. 하반기를 위한 계획
휴가는 STOP이 아닌 PAUSE 다.
여름휴가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하반기가 시작된다. 가끔 선후배들은 휴가 때 너무 열심히 방전되어 돌아와서 복귀 후에도 오랫동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곤 한다. 휴가는 분명 쉼이다. 하지만 직장인은 일이라는 루틴을 가진 균형 있는 활동의 연속선상에서 잠시 멈추는 활동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놀 때는 확실히 놀고, 일할 때는 확실히 일하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확실히 쉬길 바란다.
그래도 휴가 마지막 날 하루 정도는, 아니면 그 오후 정도는 하반기를 어떻게 풀어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물론 일주일 정도 쉰다고 수개월 해오던 것이 단절되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반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당신은 지금까지 해오던 상반기의 루틴에 새로운 것 한두 개를 끼워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의외로 커다란 결단을 요구한다. 그게 정말 쉬워 보이는 "매일 팔굽혀 펴기 10개 하기"라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 멈추었다 다시 시작하는 이 시기에 앞으로 내 일상에 새로움을 기획해 볼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딱 1가지만이라도 꼭 계획하도록 준비하자.
이렇게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라진 상큼함을 탑재하게 된다. 하반기 준비를 위한 계획의 시간을 단 20~30분이라도 가져보길 바란다. 분명 달라질 것이다.
3. 건강 챙기기
나이가 들면 건강이 인생의 최우선 순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건강은 항상 삶의 우선순위에 손꼽게 되는 단어다. 하지만 보통 젊을 때는 별것 아닌 것처럼 후순위로 관리하다가 나이가 들어 몸이 아파오기 시작하면 점점 소중하게 느끼게 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라는 이 문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님들이 나와 당신에게 건네는 이런 종류의 건강 메시지를 무심코 흘려보낸다. 하지만 한 번쯤 건강을 잃어버릴 뻔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건강의 소중함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매 순간 철저하게 대비한다.
“아직은 건강하겠지.”
나 역시 이런 근거 없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마흔이 넘겨 매년 종합검진을 받다 보니 하나씩 몸에 이상이 생기게 되는 것을 느낀다. 담당의사는 알지도 못하는 이상한 단어와 수치를 언급하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작 내게 와 닿는 것은 체중이 늘었다는 것과 술을 줄이라는 것, 그리고 땀 흘려 운동을 하라는 것 정도였다.
‘올해는 꼭 운동습관을 만들어야지.’라며 매년 다짐하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2020년을 맞이했다. 사상 최대의 몸무게를 찍었다. 즐겨 입던 바지의 허리가 자꾸 맞지 않고, 핀잔주던 배 나온 아저씨가 되어감을 인식하게 되면서 나는 건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40년을 넘게 내 몸에 붙여보지 못했던 운동을 붙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5개월 지난 시점에 체중은 4킬로그램 줄였다. 그리고 1분만 뛰어도 허덕이던 내 심장은 이제 30~40분을 시속 10km의 속도로 뛰어도 버텨낸다. 장족의 발전이다.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휴가기간 열심히 운동하라는 것이 아니다. 휴가기간 동안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다. 종합검진은 아니더라도 회사일로 바빠서 주중에 못 가던 병원을 한번 가보라는 것이다. 평소 이상하게 느꼈던 것들을 의사에게 질문하고 간단하게 피검사나 X-RAY정도 찍어보자. 나는 보통 휴가기간에 스케일링을 한다. 일 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하면서 치아에 대해 종합 진단을 받으며 점검한다. 이번 휴가기간에는 최근 달리기를 하면서 우측 폐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검사를 받아보았는데 혈액검사와 X-RAY 소견으로는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종합검진 때 이 부분을 더 자세히 정밀 검진을 해보려고 신청을 해 둔 상태다. 등과 어깨 마사지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평소에 등 근육은 풀어주기가 싶지 않은데 휴가 기간을 이용해 두세 번 마사지를 받게 되면 확실히 시원하고 개운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휴가기간에는 일 때문에 미뤄두었던 건강을 조금 챙겨보자. 물론 좋은 음식도 많이 먹고, 진단을 통해 건강 보조식품을 챙겨보는 것도 좋다. 아마도 고향을 방문하게 된다면 부모님께서 이것저것 좋은 것 많이 챙겨주실 것이다. 내 부모님이 나에게 매번 이런 약을 챙겨주시는 것을 보면 나도 이제 이런 것들을 챙겨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부모님이 챙겨주신 것들은 당신이 먹어야 할 것들을 자식을 위해 건네주신 것이다. 그러니 꼭 챙겨 먹도록 하자.
지금 이 순간 휴가를 보내고 있다면 위에서 언급했던 3가지를 하나씩 실행해보자. 비단 가족/ 연인/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이 좋고, 함께하는 것이 좋고, 그냥 온종일 누워서 TV 리모컨만 돌리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하루, 단 몇 시간만이라도 자신만의 시간, 하반기를 위한 계획, 더 멋진 삶을 위한 건강을 챙겨보길 바란다.
만약 제대로 실행했다면 여러분은 분명 휴가 복귀 후 회사에서의 일상이 훨씬 더 활기차게 될 것이며, 다음 휴가 때도 지속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여러분의 멋진 휴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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