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보기 좋으라고 만든 취향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듣기 싫고 또 두려운 말 중에 하나는 “지루하다”와 “촌스럽다”라는 말인데 못생겼다, 안 예쁘다, 하다못해 뚱뚱 하다와 같은 외모에 대한 평가나 비판은 얼마든지 (비) 웃어넘길 수 있지만 내 표현에 대해, 내 선택에 대해 지루하다, 나 촌스럽다는 말을 들으면 마치 벌개 벗고 광장에 서 있는 것처럼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으로 견딜 수가 없다. 나에게 지루하다/촌스럽다는 말은 내가 선택한 취향이 타인으로부터 완벽하게 거절당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 선택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서러움만큼이나 큰 건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지극히 일부분인 취향을 내 전체로 환원시켜버리고 함부로 나에 대해 규정하는 것에 대한 분노다. 나이가 들면 무서울 것도 없겠다 들이받을 법도 하지만 타고나길 작은 마음인 탓에 그런 소리를 한 사람에 대한 미움을 정면으로 드러내는 대신 그런 소리를 듣게 만든 물건들에 애꿎게 증오와 미움을 투사해버린다. 그래서 좋은 행동은 아닌 걸 알지만 그 말을 듣게 되는 날엔 집에 들어와서 그 말의 근원이 된 것들을 싹 다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 습관처럼 해왔다. 덕분에 폐기 처분된 것들이 꽤 된다. 옷, 신발, 머리 스타일, 그리고 내 취향으로 쓴 글들.



지루하다, 촌스럽다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형용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단어를 쓸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이 단어는 취향을 빌미로 개인의 평가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 진심으로 그렇게 느낀다 하더라도 입 밖으로 내뱉을 때에는 되도록 정중하고 예의를 갖추고 말해야 상대방의 기분을 헤치지 않고 또 오해의 여지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취향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개념이기에 누구도 함부로 평가하거나 비난해서는 안된다. 나이가 많다고, 더 배웠다고, 더 많이 안다고 타인의 취향을 평가하고 점수를 줄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꼰대가 욕을 먹는 건 꼰대라서가 아니라 늘 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디폴트 값으로 두고 타인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려는 대신 자기 마음대로 평가하는데 혈안이 되어 꼴값을 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