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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11. 2020

핀란드 대학에는 유치원이 있다?

핀란드에서 보는 저출산 문제

한국에서 저출산 이슈는 이미 오래되었다. 어르신들이 혀를 끌끌 차며 "요즘 것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때 그 "요즘 것들"로 책임의식을 느낀 적이 없다. 주위의 결혼 이야기나 육아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다. 


그러나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아이를 가져도 행복한 삶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손가락 한번 튕긴다고 핀란드 처럼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조금 관대한 태도를 가져주는 것은 꼭 국가의 높으신 분들만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울면서 시끄럽게 해도, 조금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웃으며 넘어가 주는 한 번의 작은  친절이 우리나라 저 출산 문제에 크게 공헌하는 큰 시작이 될 것이다. 


핀란드에서 대학을 가면 아침에 항상 신기한 풍경이 보인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대학교를 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대학교 캠퍼스에서도 가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이유가 언제나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오울루 대학교에는 유치원이 있다고 한다. 오울루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거나 교수나 직원이 조금 더 편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학교 내에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영유아 수준의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다. 아이를 기르는 것이 참 할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1. 한국의 저출산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몇 년 전부터 어른들이 모이기만 하면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하고 뉴스와 기사에서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곤 한다. 심지어 어떤 어르신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은 책임감이 없다며 뜬금없이 우리 "요즘 놈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정부 역시 떨어지는 빗방울 마냥 올라갈 생각 없이 일관성 있게 떨어지는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 같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8년 통계청 결과에 의하면 아쉽게도 합계 출산율은 무려 0.98명으로 1명의 장벽을 돌파했다. 현재 인구를 비슷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충 2.1의 합계 출산율이 필요하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이 있어야 아이를 가질 수 있으니 (일반적인 경우) 2명이 만드는 새로운 아이가 1명이 안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인구 절벽이 이어질 것이고, 현재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은퇴를 하는 시기에 일을 할 인원이 없다. 


이러한 인구절벽은 벌써 초등학교 입학 인원을 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초등 임용교사의 수를 대폭 줄이는 일이 있었다. 주변에 교사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통해 처음으로 인구절벽의 결과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많은 문제제기와 기사들을 볼 때마다 그 아이를 낳지 않는 "요즘"놈들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없었다. 특별히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라고 느껴지지도 않고, 걱정이 되지도 않았다. 그냥 이해가 되었다. 


먼저 우리의 세대를 조금 더 정확한 정의로 "밀레니얼"세대라고 정의하자. 

Millennials are the demographic cohort following Generation X and preceding Generation Z. Researchers and popular media use the early 1980s as starting birth years and the mid-1990s to early 2000s as ending birth years.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illennials 
밀레니얼은 X세대와 Z세대 사이의 인구통계학적 집단이다. 연구자들과 대중 매체들은 1980년대 초에서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정도를 포함한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90년대생이 온다"에서 90년대 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손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로는 대략 90년대 생을 칭한다. 


밀레니엄 세대들의 특징은 다양하다. 인터넷 밑 전자기기에 친숙함, 세계시민 등등.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주된 특징은 개인주의적이라는 특징이다. https://www.npr.org/2014/10/14/352979540/getting-some-me-time-why-millennials-are-so-individualistic?t=1581349739435


쉽게 이야기하자면, 우리의 부모세대 에게는 국가라던지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그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 밀레니얼 세대의 정체성은 개인이다.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훨씬 중요하다. 그렇기에 지금 일반화를 위해 밀레니얼 세대라고 정의하고 있음에도, 본인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정의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굉장히 낮다. 


그렇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한 판단을 할 때 복잡하게 국가, 다른 세대들, 인류로서의 책임 등 복잡한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 자신 개인의 가치를 기준으로 이 결정이 나에게 득을 가져올 것인가 실을 가져올 것인가 저울질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아주 당연한 현상이다. 필자 역시 한국의 90년대 생으로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을 많이 저울질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가지지 않는 판단이 아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 아무리 나의 머릿속 계산기를 수십 번 돌려보아도 계산기가 고장을 외쳤다. 무슨 수로 돈을 저축해 서울에서 집을 마련해, 아이들을 기르고, 학교에 사교육에,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여성들의 커리어 단축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그냥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몇 번 돌려보면 답이 안 나온다. 계속 에러 메시지가 뜬다. 디버깅을 몇 번 해볼까 시도하다가 포기한다. 그래서 그냥 아이를 가지지 말아야겠다는 아주 간단한 결론이 도출된다. 


어른들이 가끔 말하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라던지, 국가의 미래는 솔직히 별로 관심 없다. 부모님께서 나를 만들어 길러주신 것은 감사한 일이고, 부모님께 잘하면 되지 그게 왜 나의 출산과 연관이 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려우면 다른 나라 가서 살면 될 일이고 말이다. 그게 지금까지의 나의 생각이었다. 


2. 핀란드에서의 출산. 


그런데 그 생각이 핀란드에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활을 하면서 바뀌고 있다. 

데이터 출처: World Bank (2016)

북유럽 국가의 출산율이다. 2016년 기준 1.65로 북유럽 국가 중에서는 꽤 낮은 편으로, 핀란드 내에서는 역시나 저출산에 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0.98과 비교했을 때 1.65는 프로젝트 성과자가 목표로 작성해서 보고서를 올리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반려될 만큼 높은 숫자이다. 


그렇다면 핀란드에서는 어떤 점 때문에 아이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1. 자주 보이는 아기들. 


한국에 있을 때, 아이들을 본 적이 없다. 주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고, 사람이 많은 곳이나 대학교 주변에 주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 없다. 그 이유를 주변에서 들어보면 특히 한국에서 아이들에 대해 너그럽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가 중간에 울기라도 하면 큰 죄라도 지은 것 마냥 쳐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대중교통은 상상하기 어렵고, 카페나 공공장소 역시 이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당연히 강연이나 자기 계발 모임에 아이와 함께 참석하는 것은 큰 사치 중에 사치이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유모차를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어딘가를 이동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 

이미지: 영감 버섯

핀란드에서 버스를 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유모자의 풍경이다. 버스 뒷문을 통해 아주 쉽게 유모차를 끌고 탈 수 있다.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장애인도 탈 수 있는 버스)로 바퀴를 통해 쉽게 유모차를 탈 수 있다. 추가로 유모차와 함께 타는 경우 부모와 아이 모두 대중교통 요금이 무료이다.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독서모임과 강연에서까지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워낙 강연이나 자기 계발 모임에 관심이 많아 한국에서부터 핀란드에서까지 꾸준하게 참석했다. 한국에서 수많은 자기 계발 모임과 독서모임 등에 참여했지만 어린아이들을 본 적은 없다. 가장 어린아이가 8살 내외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자기 계발 모임 등에서 유모차와 함께 오는 부모님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나 혼자만 신기하고 감탄해하고, 부모와 참석자 모두 너무 당연하다. 아이는 당연히 운다. 그게 아이가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크게 상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모님이 아이를 달래거나 심지어는 부모님이 계속 강의나 캠프에 참여하도록 주최 측에서 아이를 맡아 주는 경우도 있었고, 모임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이러한 모습을 계속 보다 보니 이곳에서는 아이가 있어도 아이를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2. 실질적인 도움과 육아 휴직 


당연히 출산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 크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커리어적인 부분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가지려면 이미 모아놓은 돈이 있는 상태여야 하고, 아이를 기르는 과정에서는 부모 중 한 명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길러야 할 것 같이 느껴진다. 물론, 육아휴직도 있고, 양육과 일을 동시에 소화하시는 위대하신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내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보면 현실적으로 최소한 몇 년은 부모 중 한 명은 커리어를 중단해야 한다. 바로 이 점이 내가 아이를 낳지 말아야겠다고 결정한 부분이다. 


내겐 일이 중요하다.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아이를 위해서 내 일을 몇 년간 중단할 생각, 없다. 그러니 당연히 내 배우자에게도 요구하고 싶지 않다. 그럼 아이는 누가 키우나? 그러니 아이를 낳긴 힘들겠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정말 실질적으로 뇌의 시뮬레이션에 에러가 찾아올 때쯤 국가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2019년 핀란드의 어머니팩(Maternity package)

핀란드에서 임신을 한 지 154일이 지나서 임신 사실을 알리면 국가에서 해당 상자에 63(가지의 물품들을 무료로 준다. 만약 이 물품보다 돈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판단이 되면 돈을 요구할 수도 있으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부모는 이 팩을 선택한다고 한다. 


상자 자체는 아이를 위한 아이 침대로 이용할 수 있으며, 아이를 기르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옷, 양말 등 기본적인 물품 모두가 들어있다. 아이가 자랄 때까지 특별한 쇼핑이 필요 없다. 


아이를 가지면 여성의 경우 4.2개월(출산 1개월 전부터 시작), 배우자의 경우 2.2개월(아이가 2살이 되기 전 까지만 사용 가능)의 유급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추가적으로 부모 중 한 사람이 6개월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총합하면 대략 1년 이상의 유급휴가가 가능하며 육아휴직 이후 회사로 돌아갈 수 있으며, 그 권리는 당연히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https://www.kela.fi/web/en/maternity-allowance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하고, 아이가 1살이 넘어가면 출근할 때 아이를 Daycare에 맡길 수 있다. 주로 출근 시간에 아이를 Daycare에 맡기고, 퇴근 시간에 아이를 찾아올 수 있다. 가격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23e ~200e 정도로 최대 대략 25만 원을 넘지 않는다. 아이를 낳으면 소득에 무관하게 아이 한 명의 경우 94e(12만 원), 두 명의 경우 200e (25만 원) 정도의 지원금이 매월 국가에서 나온다. 그러니 Daycare에 맡기는 금액은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대학교에서 보이는 풍경은 부모님이 Daycare에 아이들을 맡기러 가는 풍경이다. 2~5세 사이의 아이가 참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를 맡기고 부모는 학업이나 연구, 일을 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3. 무료 교육 


그리고 화룡점정은 바로 무료 교육이다. 초중고대학교 모두 무료이며 18세가 넘어간 학생에게는 한 달에 60~70만 원정도의 생활비까지 국가에서 지원한다. 


그렇게 아이가 6살이 되면 1년의 사전 학교(preschool)에 가게 되고 이후 학교를 진학하게 된다. 이후부터는 교육이 무료이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부분이 더욱 적어질 것이다. 18세가 넘으면 자연히 독립하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돈을 받아 자신의 집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살펴보고 나니, 핀란드에서는 아이를 가져도 내 삶을 희생할 필요 없이,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나서야 "아이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정도의 생각이 든다. 


당연히 한국이 손가락 한번 튕긴다고 이렇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와 비교하면서 한국의 문제점만을 불평하기만 하는 태도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잘하고 싶다면 잘하는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이 언제나 좋은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조금 관대한 태도를 가져주는 것은 꼭 국가의 높으신 분들만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가 울면서 시끄럽게 해도, 조금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웃으며 넘어가 주는 한 번의 친절이 우리나라 저 출산 문제에 크게 공헌하는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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