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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09. 2020

스웨덴에서 성평등을 위해 아이들을 기르는 방법 2가지.

스웨덴의 젠더#2

전 글에서는 "성별에 따른 평등"을 이루기 위한 가장 실천적인 방법으로 생활 속에서 "남성적임", "여성적임"에 대한 생각과 언급을 줄이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았다. 사실 굉장히 막연하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이번에는 조금 더 교육환경 내에서 직접적으로 어떤 방안들이 고안되었고, 활용되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 



성별에 따른 평등의 주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많은 고민을 가져오는 주제이다. 

2018  Global Geneder Gap index, World Economic Forum

아이슬란드와 스웨덴 등에서는 실제 교육의 현장에서도 성별에 따른 평등의 수요에 반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웨덴 성 평등청(2018년)에서는 성별에 따른 평등을 "성별에 무관하게 삶의 모든 분야에서 동일한 권리, 책임, 기회를 갖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에 따라 스웨덴의 성평등 정책 목표는 권력과 영향력을 균등하게 나누고 모든 성에게 교육, 경제 복지, 건강 및 육체적 청렴에 대한 동등한 접근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웨덴 성 평등청, 2018년)


교육적 맥락에서 성 평등에 초점을 맞출 때, 그 개념은 "교육의 권리"로 해부될 수 있다. 즉, 모든 성별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학교에 동등한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학교 내의 모든 성별의 학생들에게 동등한 대우, 관심, 보살핌과 기회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다. 이러한 학교에서의 교육은 훗날 학생들이 성장했을 때 사회와 직업 세계에 남녀 동등하게 미래를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운다. (Subrahmanian, 2005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스웨덴의 성 평등 작업의 새로운 초점은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직업 세계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장에서의 평등에 도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Edström, 2014) 그러나 이제는 직장뿐만 아니라 성 평등의 다른 측면들, 예를 들면 개인적 정체성에 관한 문제까지 성별에 따른 평등을 가져오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스웨덴 교육에서 성 평등 작업의 새로운 물결을 가져오고 있다. (Edström, 2014)


그 물결로 스웨덴의 유아교육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성평등 교육이 대두되고 있다. 첫째는, 단일 성별 집단의 교육과 고정관념에 상반되는 교육을 강조하는 보상교육(Compensatory method)(Edström, 2014)이고, 둘째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벗어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성 중립성 접근법(Gender-neutrality )이다. (Frödén, 2019).


보상교육(Compensatory method)


이 교육방법의 주요 측면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생물학적인 성에 따라 따로따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아이슬란드의 Hjali 모델의 도입과 함께 인기를 끌고, 더 공개적으로 논의되었다(Edström, 2014). Hjali 모델은 모든 성별의 학생들을 함께 교육하는 관행을 비판한다. 이 환경은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지 않고 필연적으로 그들의 성을 바탕으로 그들을 차별하기 때문이다. 


고작 교사의 언어 선택이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과 읽는 동화책이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연구들에서는 학교와 유치원에서 조성된 물리적 환경, 교사들이 사용하는 언어, 아이들이 사용하도록 권장된 장난감의 차이 등 에 따라 많은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Børve & Børve, 2017; Frödén, 2019; Chapman, 2016; Shutts et al., 2017).


한 연구는 노르웨이의 유치원(Børve & Børve, 2017)에서 행해졌다. 이는 물리적 디자인의 설계와 건설이 어린이 놀이와 성 평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교사들은 "인형 코너", "페인팅 코너" 또는 "카 코너"와 같은 주제적인 코너를 만들기 위해 칸막이 벽이 많은 내부 시설을 분리했다. 모든 어린이에게 동일한 놀이 소재나 장난감을 제공하는 것이 그들의 원래 목표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여자 영역"과 "남자 영역"으로 이어졌다. 


사회와 미디어가 전형적으로(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여성으로 묘사하는 분홍색, 부엌 그리고/또는 인형들이 장식되어 있다면 이곳은 여자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룬다. 그리고 이곳은 그들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모든 남학생들에게 자동적으로 전달되고, 그 반대의 경우 역시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물리적 환경은 전통적인 사회관에 따라 학생들의 행동 선택을 제한하고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 


그러나 단일 성별 그룹("남자"와 "여자"로 구분된 그룹)을 가르게 되면, 모든 성의 학생들에게도 동등한 관심과 보살핌과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이 모델의 주장이다.

추가적으로 학생들은 암묵적으로 합의된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교육받는다. 따라서 남학생들에게는 온순함, 친밀감, 협동심과 같은 전통적으로 여성으로 간주되는 기술들을 교육받고, 여학생들은 용감하고 용기 있고, 원하는 것을 말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법을 배운다. 신체적 노동이나 과학 기술 같은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남성 기술은 역시 마찬가지이다. (The Hjali model, 2018 ; Edström, 2014)


성 중립성 교육(Gender-Neutrality)


위에서 언급한 보상 방법은 여전히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구분한다.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서 전통적인 고정관념에 반대되는 가치와 기술을 배움에도, 여전히 성별에 따른 구분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힘들다.


이에 그다음 개념으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 바로 성 중립성 교육이다. 이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전면적으로 벗어나기 위함이다.(Frödén, 2019). 아이들이 성별 때문에 가지는 제한이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성별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고, 미래를 그리는 것이 이 교육의 목표이다. 조금 더 실천적인 방법으로서 교사나 교육자들은 성별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성차별적이거나 남자아이가 여성적인 행동을 하거나 여자아이가 남성적인 행동을 하는 (성전 환적인 행동에) 것에 대한 코멘트를 전혀 하지 않는다(Frödén, 2019).


성 중립성 학교에서 교사가 되기 전에 스웨덴 LGBT권익 연맹(Shutts, Kenward, Falk, Ivegran & Fawcett, 2017)이 제공하는 종합적인 교육(기간 6~8개월)을 받아야만 해당 학교에서 교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들의 교육은 교사에게 학생을 위해 성 역할에 구애되지 않고, 보다 포괄적이고 동등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법론을 제공한다(RFSL, 2019). 


우리의 무의식 중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동화들, 미녀와 야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성별에 구애받는 언어들을 피하고, 전통적으로 한 성별만을 대상으로 한 행동을 피한다. 또한, 어린아이들이 흔히 수많은 동화와 노래 등을 통해 전통적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학습한다. 대표적으로 미녀와 야수는 납치당한 여주인공이 납치한 괴수에게 사랑에 빠지는 스톡홀름 증후군의 이야기이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잠에 들어 있는 공주님을 멋진 왕자님이 구해주는 이야기이다. 어느 정도 남성에게는 능동성이, 여성에게는 수동성이 관념적으로 내재되어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에 문제의식을 느껴 더 다양한 정체성과 가족 구조를 포함 및 표현하기 위해 이야기, 노래 및 기타 교육 자료를 수정하도록 훈련받는다(Shutts 등, 2017). 이 작품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지나치게 많은 문학작품들이 백마 탄 왕자님이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공주님을 구하는 일변도로 구성되어 있다는 다양성의 부재가 문제인 것이다. 


성중립 학교에 대해 행해진 연구나 다른 학교에서 사용되는 성중립 접근방식은 이 방법의 효과성을 보여 주는데, 이 방법은 위에서 언급한 아이들의 성 표현의 한계를 감소시키는 데 있다. Shuuts의 연구(Shutts 등, 2017)는 스웨덴의 4개 유치원을 대상으로 연구했으며, 그중 한 곳은 남녀 중립 학교로 인증된 학교였다. 그리고 이 학교의 아이들을 인터뷰하여 성별에 대한 그들의 행동과 태도를 분석하였다. 결과적으로 성중립 학교의 학생들은 성 정체성에 관심을 덜 기울이며 새로운 아이들을 만났을 때 성별에 따른 차이가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아이들의 경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을 때 동성의 친구들에게 이성의 친구들보다 훨씬 더 쉽게 접근하는 경향을 보인다. 

 

Frödén(Frödén, 2019)은 성중립 접근법을 구현한 스웨덴의 왈도프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직원들의 성에 대한 태도를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이 유치원은 놀이공간을 (성별) 테마로 구분하는 이전에 언급했던 유치원과 달리 어떤 지역이나 공간도 특별히 나누지 않았다. 제시된 장난감들과 동화책들은 전통적인 성관념에서 멀리 떨어진 다양한 것들이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굉장히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첫 번째 소개했던 보상교육 역시 성별에 따른 차이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전통적인 방법은 이성애적 남성성과 여성성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이는 반면에, 보상 방법은 이러한 고정관념 안에서 단지 남자아이와 여자가 이의 역할을 바꾼 것이라는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방법은 현재까지 나온 여러 가지 방법 중 단기적으로 기존의 관습과 패턴을 퇴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럼에도 이는 중장기적 방법론이 되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성 중립성의 접근은 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성 정체성, 성 표현, 성별에 따른 행동의 중요성을 줄임으로써, 이것은 아이들에게 나중에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있어 성별에 구에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이는 앞으로 아이들이 성장해 직장과 사회에서 더 평등한 역할을 가지게 될 것이고, 나아가 더 "성별에 따라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출처: 


Swedish Gender Equality Agency. (2018). What is gender equality? Retrieved  October 7th, 2019, from https://www.jamstalldhetsmyndigheten.se/en/about-gender-equality/what-is-gender-equality

Børve, H.E. & Børve, E. (2017). Rooms with gender: physical environment and play culture in kindergarten. Early Child Development and Care, 187(5-6), 1069-1081. 

doi: 10.1080/03004430.2016.1223072

 Chapman, R. (2016). A case study of gendered play in preschools: how early childhood educators’ perceptions of gender influence children's play. Early Child Development and Care, 186(8), 1271-1284.

doi: 10.1080/03004430.2015.1089435

Edström, C. (2014). Pedagogues’ Constructions of Gender Equality in Selected Swedish Preschools: A qualitative study. Education Inquiry, 5(4), 

doi: 10.3402/edui.v5.24618

 Frödén, S. (2019). Situated decoding of gender in a Swedish preschool practice. Ethnography and Education, 14(2), 121-135.

doi: 10.1080/17457823.2017.1422135

 RFSL. (n.d.). LGBTQ Certification. Retrieved October 12th, 2019, from https://www.rfsl.se/en/certification-and-education/lgbtq-certification-2/

 Shutts, K., Kenward, B., Falk, H., Ivegran, A. & Fawcett, C. (2017). Early preschool environments and gender: Effects of gender pedagogy in Sweden. 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162, 1-17.

doi: 10.1016/j.jecp.2017.04.014

Subrahmanian, R. (2005). Gender Equality in Education: Definitions and measurements. International Journal of Educational Development, 25(4), 395-407. doi: 10.1016/j.ijedudev.2005.04.003

The Hjalli Model. (2018). Methods. Retrieved October 10th, 2019, from https://www.hjallimodel.com/home/#methods

Swedish Gender Equality Agency. (2018). Sweden's gender equality policy. Retrieved October 7th, 2019, from https://www.jamstalldhetsmyndigheten.se/en/about-gender-equality/swedens-gender-equality-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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