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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Apr 30. 2024

2023년 12월 20일 씩씩이
방광암 투병기

소고기도 거부하는 씩씩이

요즘 내 기분은 씩씩이 상태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중이다. 


오늘 아침 씩씩이는 시저도 닭고기도 고구마를 앞에 두고서도 연신 고개를 돌려버렸다.


퇴근하기 전까지 내내 굶고 있을 녀석이기에 출근하기 전에 뭐라도 먹여야 하는 나는 애가 탄다. 


안 되겠다 싶어 마지막 무기. 소고기를 구워 코 밑까지 들이밀었더니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킁킁 맡는 게 식욕이 도나보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소고기 한 점을 입에 대어 주었더니 고맙게도 받아먹는다. 


하지만 소고기 역시 몇 점 먹더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예전의 씩씩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시츄들이 대체로 식탐이 많기도 하지만 씩씩이 역시 아프기 전까지는 뭐든 잘 먹었던 녀석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사실 씩씩이 상태가 악화일로 일 때,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씩씩이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호흡부터 확인했었다. 씩씩이가 떠나더라도 엄마 품에 안겨서 떠날 수 있도록, 다음 주부터 방학이니 이번주까지만 버텨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었다. 


씩씩이는 기특하게도 또 대단하게도 생명줄을 위태롭지만 단단히 붙잡고 있다.


동물이라 해서 생명의 가치조차 하등하다 할 수 있을까.

동물이라 해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 두려움과 공포가 없을까.

동물이라 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삶의 간절함이 없을까.


사랑하는 내 아가♡


얼마 안 남은 견생동안 최대한 덜 아팠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가족 품에서 그래도 이만하면 행복한 견생이었어라고 회고해 준다면 좋겠어.


사랑하고 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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