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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May 07. 2024

2023년 12월 22일 씩씩이  방광암 투병기

아파도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엄마를 반겨주는 강아지

씩씩이가 점점 식욕을 잃어가고 있다.

오늘 아침은 간식 몇 개만 겨우 받아먹었다.


식욕을 잃어간다는 것은 생명의 빛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나는 어떻게든 뭐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절박한 내 마음과 달리 맛있는 음식 앞에서 단호하게 고개를 돌려버리는 녀석에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씩씩이 상태가 풍전등화일 때 제발 '이 날'까지는 살아있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던 데드라인이 바로 12월 22일, 그러니까 '오늘'이다.


씩씩이는 고맙고 대견하게도 작은 몸을 짓누르는 암덩어리를 지니고, 각막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겪어내고도 오늘까지 살아내주고 있다.


나는 아침밥을 거부하는 씩씩이를 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녀석의 귀에 읇조린다.

  '먹어야 산다. 먹어야 산다'


며칠 전 만난 동물병원 수의사샘은 내 표정이 마치 엄마 잃은 아이처럼 슬퍼 보였는지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안락사를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넌지시 말씀하셨다. 그 말이 폐부를 찌르듯 아프다. 나는 어떤 선택이 씩씩이에게 최선의 선택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맛있는 음식을 받아먹는 것은 살고자 하는 삶의 의지가 있는 것 아니겠냐며 안락사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정중히 말씀드린 후 병원을 나섰다.


그런데 이제 씩씩이는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한다.

음식으로는 더 이상 씩씩이의 삶의 의지를 발견할 수 없게 되었다.


대신, 내가 퇴근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문 앞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걸어 나와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

고맙고 고맙다.

9시간 만에 만난 엄마를 반가워하는 것은 아직은 엄마와 이별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다.

암의 고통으로 힘겨울지라도 엄마와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고 엄마가 매일매일 보고 싶다는 표현이다.


나는 씩씩이가 더 살아야 할 이유를 찾고 있다.

이런 아이를 안락사로 떠나보낼 수 없다고 되뇐다.


씩씩이 코 앞까지 성큼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를 어르고 달래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아직은 씩씩이를 보내줄 수 없다고 읍소한다. 그리고 아직 내 곁에서 더 살아있어야 할 이유를 찾고있다.


씩씩 아. 오늘까지 살아있어 준 것 만도 너무 고맙고 감사해.

울 아들...... 오늘도 엄마가 집에 가면 도톰하고 귀여운 발로 한달음에 걸어 나와 반겨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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