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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Jun 04. 2024

1월 12일, 16일, 19일
씩씩이 방광암 투병기

2024년 1월 12일, 투병 와중에도 귀여운 씩씩이

씩씩이의 감사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오늘도 아침 루틴으로 소염진통제를 맞고 배뇨 시 통증 징후가 한두 차례 보였지만 그런대로 잘 견뎠다.


음식은 삼계죽 소량. 고구마오리말이 간식. 밥이 보약 면역 츄르를 먹었고 낮에 동네 인근 산책도 하며 무난한 하루를 보냈다. 물론 대변도 잘 보았다.


오늘처럼만 컨디션을 유지해 주어도 마음이 너무 편안하다.

금방 떠날 것처럼 위태로웠지만 씩씩이는 마지막 삶의 끈을 놓지 않았고 지금까지 잘 지내주니 하루하루가 기적 같고 선물 같다.

 

씩씩이에게도 하루하루 의미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바짝 졸이며 긴 시간 간병을 한 탓인지, 정확히는 기저귀 교체로 수면 중 자주 깨어 숙면을 못한 탓인지 입에 단순포진이 올라왔다.

밤에 잠을 자면서 축축한 기저귀를 오래 차고 있는 녀석이 신경 쓰여 새벽에 한두 차례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는데 수면시간이 점점 부족해지니 체력적으로 힘든 것 같다.


그러다 며칠 전  몰리샵에서 다른 제품의 기저귀를 구입해 사용해 봤더니 소변 흡수량이 이전에 쓰던 제품보다 훨씬 좋아 밤에 6시간 이상은 푹 잘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 봐야 한다는ᆢ


내가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묵묵히 곁에 있어준 울 씩씩이에게 의리와 사랑의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함께 하려고 한다.


마음속 다짐을 굳게 새기며 감사한 1월 12일 소중한 하루도 잘 보냈다.♡


2024년 1월 16일, 씩씩이 오른쪽 눈 안구 적출수술을 했어요.

씩씩이가 어제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배변하며 힘을 주던 중 오른쪽 눈이 완전히 파열되면서 돌출이 되었다. 눈에서 피가 나오는데 씩씩이는 신경이 이미 손상되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지 산책을 지속하려 했다.


멀쩡하던 녀석이 갑자기 방광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나는 더 이상 무너질 마음조차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더 깊은 고통의 바닥까지 끌려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방광암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운 녀석에게 왜 자꾸 모진 시련을 주는 건지 하늘이 원망스럽다. 와중에 각막과 신경이 녹아내려 안구가 파열된 상황에서도 씩씩이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급하게 동물병원에 전화해 금식 8시간 후를 맞추어 오후 4시에 안구적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원래 수의사샘은 밤동안 금식한 후 내일 아침 수술 일정을 잡자고 하셨지만 씩씩이의 눈 상태로는 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어제 금식하며 수술시간까지 기다리는 동안 정말 많이 울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이미 방광암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운 아이에게 안구 적출까지ᆢ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고 마음이 미어지다 못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씩씩이를 간병하며 간신히 버텨온 내 마음은 눈 수술을 앞두고 산산이 조각나다 못해 가루가 되었다.


오늘 수술 2일 차인 씩씩이는 기력이 없는지 음식을 많이 먹지 못했다. 그래도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어야 회복이 가능하니 음식 먹이기를 포기할 수 없다.


이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간병의 과정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 힘든 과정을 울며불며 감당해나가고 있다.


지금은 그저 씩씩이의 남은 한쪽 눈만은 제발 건강하기를 바랄 뿐이다.

또 한쪽 눈이라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이제 더 이상 씩씩이가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ㅠㅠ 


하느님. 제발 우리 씩씩이가 더 이상 병고로 고통받지 않게 해 주세요ㅠㅠ



2024년 1월 19일, 산책 후 노곤노곤 녹아내리는 씩씩이


오늘은 씩씩이 오른쪽 안구적출 수술 4일째다.

계속 염증 상태였던 오른쪽 눈을 완전히 적출하면서 통증이 줄었는지 그전보다 더 편안해하는 것도 같다.


이렇게 씩씩이는 방광암 수술에 이어, 눈 적출 수술까지 완수해 내면서 또 한 번 기적의 서사를 쓰고 있다.


그동안 병원에 갈 때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암 투병으로 식욕을 잃어 음식을 먹지 못하고, 배뇨 시 통증을 못 이겨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눈 통증이 극심해 산책을 나가도 걷지 못하고 배변도 못 볼 때는 하루하루가 고비라고 생각하며 떠나보낼 준비를 했었다.


그랬던 녀석이 지금 상태는 놀랍도록 안정적이다, 사료는 먹지 않지만 그래도 간식으로 연명하며 체중감소 없이 기력을 유지 중이고, 매일 1회 진통소염제를 맞으며 통증이 조절되고 있다.


컨디션이 유지되니 씩씩이도 자신의 상태에 적응을 했는지 밤에 잠도 잘 자고 산책도 잘 다니고 산책 후에는 낮잠도 잘 자고 있다.


지금은 씩씩이와 봄꽃 맞이를 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4월에 만개할 아름다운 벚꽃을 함께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학의 눈부신 발달에도 생명의 상태를 예단할 수 없기에 섣부른 판단으로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운다.


씩씩이에게 매일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주시는 하느님! 
씩씩이의 생명을 함부로 예측한 제 교만을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는 씩씩이가 떠날 것을 미리 두려워하며 슬퍼하기보다 하루하루 허락된 씩씩이의 삶에 조연으로 동참하며 아프기 전처럼 평범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함께 누려보려고 한다.


씩씩 아. 엄마가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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