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나의 뒷모습을 보았다

by Slowlifer

얼마 전 요가원에서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보이던 수련생 중 한 명이 수련이 끝나자 내게 다가와 인사했다. 오늘 마지막이라고, 곧 복직을 한다고. 15개월 쌍둥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고 요가원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곧 작별이라니 이별이라는 게 늘 어쩐지 서운했지만, 나 역시 1년 전쯤 겪었던 일이라 그저 앞날을 응원해 주는 마음이 앞섰다.


워킹맘으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쳐주며 작별했다.


그리고 오늘,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익숙하지만 다른 모습의 그녀의 옆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당연히 요가원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분명 그녀가 맞았다. 나 역시 어린이집 등하원을 하며 민낯으로 동네를 떠돌던 모습으로만 나를 접하던 사람들은 퇴근 후 나의 모습에 깜짝 놀라곤 했었는데 그런 변신의 타이밍이 바로 복직인 것이다. 아기 엄마에서 다시 일하는 나로 돌아가는 시간. 물론 이제는 병행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마주친 그녀는 요가원에서 보이던 엄마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단정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한 직장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갑자기 왜 내 마음이 그렇게 울컥했을까.


그녀는 지하철 역에서 집 방향으로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나는 그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대체 어떤 감정이 나를 휘감았는지 모르겠다. 15개월이라는 시간을 엄마로 살다, 다시 일터로 나가기 전의 그 묘한 설렘과 긴장감, 걱정과 기대감. 나 역시 단 1년 전에 겪었던 일인데 왜 난 멀리 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을까.


그랬다. 나는 복직 후 단 반년만에 다시 병가를 통한 휴직을 신청해야 했다. 무엇이 그토록 나를 힘들게 했기에 내 인생의 새로운 국면 앞에서 나는 주저앉아야만 했을까. 분명 나도 그녀 역시 잠시 묻어 두었을 당차고 예쁜 뒷모습처럼 심기일전하고 돌아갔었는데 말이다.


십 년 일하고 15개월 쉰다고 일을 다 잊어버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내 자신감은 다행히 빠른 적응으로 오만이 되지 않았었는데. 6개월 뒤 나는 ‘적응장애’ 판정이 적힌 진단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했다.


아마도 이 감정은 그 모든 걸 내려놓을 만큼 아팠던 내 마음에 대한 애도 같기도 하다. 여전히 그때의 내가 아픈 나는, 오늘 그녀의 뒷모습에서 1년 전 나를 떠올렸고 이내 다시 화장하고, 차려입은 옷이 아닌 운동복과 민낯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지금 나의 모습과의 갭에 잠시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모양이다.


워킹맘 생활이 쉽지 않을 거라 걱정하며 파이팅을 외쳐줬지만 내가 워킹맘이 힘들어서 일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했다. 내게는 언제나 모든 우리의 일의 팔 할을 맡아주는 남편이 있었고 도움을 주신 어머님도 계셨기에 나는 그저 아기가 없던 때와 동일하게 일만 하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과거로 돌아갈 때마다 여전히 많이 슬퍼지는 걸 보니 아직까지도 제대로 당사자에게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내가 아마도 꽤나 답답했나 보다. 집안일 아니라고, 산후우울증 아니라고, 너 때문이라고.


아마도 내 상처를 제대로 아물게 하려면 나는 그 상처를 드러내야만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어쩌면 상처를 숨길수록 내 마음이 곪고 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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