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집에 들어오신 뒤에는 더이상 내 집에 온전한 내 공간은 없었다.
그건 아마 어머님도 마찬가지 셨을거다.
우리는 등하원만을 맡아 주실 것을 전제로 어머님과의 동거를 시작했고,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서로 일절 터치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제일 불편한 상황은 아침밥이었다.
주에 2-3회 정도 재택근무를 하던 나는
어머님의 아침식사가 그렇게 신경쓰일 수가 없었다.
평소의 나는 그저 커피 한 잔,
또는 배가 고프면 토스트 한조각을 구워
랩탑 앞에 앉아 끼니를 때우는 일이 일상이었다.
어머님 역시 대충 먹으면 된다며
한결같이 "내가 알아서 할게, 신경쓰지마" 하셨지만
같이 있는데 신경이 안쓰일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아기 유아식을 챙기고 있었던 때라
아기 것 만들어 놓기도 바빴는데
차마 어머님 식사하실 반찬까지 만들어놓을 자신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은 손수 뭘 만들어 드시질 않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어머님, 저 빵 구울건데 드실래요?"
"어머님, 저 커피 내릴건데 한 잔 드릴까요?"
"어머님, 냉장고에 뭐 있으니 꺼내서 데워드세요" 정도의 말 뿐이었다.
그리고선 커피 한잔을 내려 방으로 들어가 일을 봤고
어머님은 방에서 티비를 보시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는 인기척이 들라고서야 주방으로 나오셔서
뭔가를 달그닥 하시며 챙겨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시곤 했다.
뭘 드시는건지 마음이 쓰여 나와보면
어머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방식대로 할거야, 내비둬~"
아마도 신경쓸 것 없다는 뜻이라는 건 알겠는데
어딘지 모르게 서운하기도 했던 그 한마디.
그도 그럴것이 자꾸 거실에 있는 넓은 식탁 겸
테이블을 두시고서는 밥그릇만 들고 방에 들어가시는 거다.
작은 상이라도 하나 사드릴까요 물으면
또 다시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난 이게 편해~ 내 방식이야"
몇번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나도 여러번 말하지 않고 입을 닫게 되었다.
어머님은 눈치를 보시는 건지,
배려를 해주시는 건지,
진짜 괜찮으신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는데
아들은 엄마가 괜찮다고 한거면 괜찮은거라 했다.
새삼 나는 어머님과 고부 관계이고,
어머님과 남편은 모자 관계라는 걸 깨달았다.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들도
나는 사사로이 신경이 쓰이니까 말이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이런 불편감은 알게 모르게 내 마음에 쌓여만 갔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순 없는데
뭔가 갑갑한 느낌이 켜켜이 쌓여갔다.
서로가 불편하니
진짜 대화가 안되는 느낌이릴까.
뭐가 필요한지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는데
한사코 괜찮다고만 하시는데
괜찮지 않아 보이니 자꾸 내 마음이 찜찜한거다.
그렇게 나는 전에 없던 시어머니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