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도 사람이야, 간을 해줘야지

by Slowlifer

나는 시어머니와의 동거를 쉽게 생각했다.


나는 내가 아이 때문에

시어머니와 갈등이 있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워낙에 털털한 편이기도 하고

나보다는 남편이 훨씬 꼼꼼하고 깐깐하기에

트러블이 있어도 그건

나와 시어머니 사이의 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나이를 먹으며 자주 하는 생각은

역시 나는 나를 잘 모른다라는 것.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

어떤 면에서는 이전의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평소라면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도

아이에 관해서는 유난히 뾰족해지는 거다.




첫 아이를 낳은 엄마는

누구나 그렇듯 모든 면이 서툴다.


유기농이 아니면 안 된다던데

무염으로 먹여야 한다던데

아기 건데 무항생제로 먹야야지


우유 하나 고르는 것도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


꼼꼼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 같은 무계획 엄마에게는

정말이지 도전 그 자체였다.


적당히 적당히 잘 타협을

해나가고 있다 생각했지만

강자가 있었다.


아들 둘, 딸 하나 자식 셋을 키워낸

경력직 시어머니.


여느 우리 시대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너네도 다 이렇게 컸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대부분은 그냥 그렇죠 하고 웃어넘겼는데

하루는 우리 입에도 엄청 짠 미역줄기를

아기 반찬으로 주시겠다는 거다.


지금 생각하면 뭐 어때 싶지만,

이유식을 갓 떼고 일반식을 먹이기 시작하던

그 당시에는 소금을 그렇게 먹이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되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님, 그거 너무 짠데요..”

“괜찮아~ 애기도 사람인데, 간을 해줘야지” 하시며

계속 아기 밥그릇에 반찬을 옮겨 담는 어머님을 멍하게 쳐다보며 직접 더 말은 못 하고 표정이 굳어있자 옆에서 보던 남편이 나서서 중재한다.


“엄마, 그냥 주지 마”

차가운 적막이 흐른다.


알겠다며 어머님은 주방을 떠나셨지만,

아들에 대한 서운함은 그대로 느껴졌다.


‘아.. 이런 걸 다들 걱정한 거구나’


이제야 왜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것에 대해

다들 걱정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살아온 방식도 다르고,

아기를 키우는 방식도

그때와 지금은 너무 달랐다.


부탁을 드리는 입장에다

엄마도 아닌 시어머님께

이러지 말라, 저러지 말라

요청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나의 아기이지만

나의 아기를 내가 돌보지 않으면

내 방식도 포기해야 하는 건가 혼란스러웠다.


알게 모르게

부모 자식 간에도 서운함이 쌓여가고

알게 모르게

고부갈등의 조짐도 보이는 듯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 가볍게 생각했던

나 역시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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