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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힘들다는 착각

by Slowlifer

사람은 이기적이다.

그래서 모든 인생은 각자의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세상이 내 중심이 되다보니

나만 특별하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유난히 크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안좋은 일이 있을 때에는

유난히 나만 힘이 든 것 같이 느껴진다.


나만 빼고 다들 행복해보이고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이 역시 내 중심적인 사고의

치명적인 오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오늘 깨달았다.


내가 여전히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연민에 빠져있던 시기가 있다.


부모님의 이혼

아빠의 중환

직장내 괴롭힘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왜 남들은 겪지 않아도 될 일,

혹은 남들은 20년 뒤에나 겪을 일을

나는 이렇게 일찍 겪어야하는 것인지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그런데 오늘,

아버지의 장례를 끝마치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선배의 전화 한통에 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렸다.

여전히 나는 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데,


나 역시 겉으론

나의 수많은 고민들을 보이지 않고 살아가면서

왜 그토록 남의 인생은 쉽게 판단했을까 싶어

아찔해졌다.


곧이어 부끄러운 마음이 일었다.


내가 너무 아파서

내가 너무 불쌍해서

남들과는 다르게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들이 부끄러웠다.


다르지 않았는데.


남들도 그저 자기 인생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는데.


왜 나는 내 인생만 특별하다 생각했을까.


암 투병으로 아버지를 잃은 슬픔,

암 투병 중인 부모를 지켜보는 슬픔.


걷지 못하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빠를 지켜보는 내 슬픔.


과연 그것들을 비교할 수 있는 일일까.


어느 슬픔 하나

그 슬픔이 덜하다 감히 말할 수 있는 일일까.


진정한 어른의 삶을 알 것 같았다.


나만 특별하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

누구나 말못할 사연 하나쯤음 품에 지닌채

그저 그렇게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


이렇게 조금씩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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