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이긴 하지만 어쩐지 텅 비어버린
내 요즘의 하루 중 아침 요가수련 시간은
이렇든 저렇든 나를 판단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시간이다.
무기력에 곧 무너져버릴 것 같다가도
요가복으로 갈아입고 집 밖을 나서기만 해도
내 몸의 기운이 달라짐을 느낀다.
그러면 이내 다시 밝은 나를 되찾아서
선생님과 오며 가며 얼굴을 익힌 사람들에게
명랑하게 인사까지 건네는 나를 발견한다.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아
당연한 것으로만 받아들이던
현실에서 도망친 지 어느덧 4개월이 다 되어간다.
나는 그 공백의 시간 동안
내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상황은 다를지언정 어쩌면
늘 같은 방법을 써온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회피.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단어.
절대 닮고 싶지 않았던 내 부모의 모습.
요가를 하며 나는
서서히 도망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고통이 느껴져도
곧바로 빠져나오지 않고
잠시 그 고통을 마주하며
그 고통이 익숙 해도록, 지나가도록 기다려본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도
눈을 한번 질끈 감고 다시 한번
들숨, 날숨 호흡을 해보려 노력한다.
도망친다는 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때와 상황에 따라 도망칠 땐 도망쳐야 한다.
그게 어떨 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나의 올해 초의 도망도 그러한 유형의 도망이었다.
나의 많은 부분을 내려놓아야 했기에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던 힘겨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요가를 하는 동안
도망치지 않는 법을 익히려는 이유는
또다시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두 번은 도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선택은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에서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도망만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조금은 더 단단해져서
도망치는 것으로 나를 지키는 것 말고
조금은 더 건강한 방식으로 나를 지켜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요가원에서
명상을 하며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어제보다 1cm만 더 깊은 자세를 시도해보고
어제보다 한 호흡만 더 자극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나에게 무리가 되지 않을 만큼
딱 그만큼의 적정선을 알고
그렇게 조금씩 나는 나를 성장시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