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서 생각해 보니
요가가 궁금했지만
요가를 시작하기 가장 어려웠던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냥 요가는 원래 유연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요가원에서 수련생을 받을 때
영어학원처럼 레벨 테스트를 하여
내 유연성에 대해 등급을 매기는 것도 아닌데,
뻣뻣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생각하던 내가
나 스스로에게 최하위 등급을 매겼기에
요가원 문턱을 넘기가 그토록 어려웠던 거다.
그랬다.
나는 누구보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왔다.
요가를 하며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법을 배워간다.
어차피 개개인의 신체가 다 다르고
나이, 상황, 환경이 다 다르기에
누군가는 쉽게 할 수 있는 자세가
누구에게는 어렵고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자세도
또 다른이 에게는 편안한 자세가 된다.
즉, 애초부터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처음 요가원에 쭈뼛대며 들어가
제일 뒷줄에 요가매트를 깔고
옆의 사람들을 힐끗거리던 나는 이제 없다.
나는 선생님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도
다른 수련생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도
이제는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요가수련이라는 건
같이, 또 따로 하는 것이라는 걸 이젠 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속도에 맞춰
아사나를 하지만
그 속에는 또 각자의 매트 안에서
각자의 속도와 호흡이 존재한다.
여전히 머리서기를 벽도 없이
척척 해내는 수련생들을 보며
감탄사는 절로 나오지만
이제는 안다.
나도 준비가 되면
언젠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지금의 내 속도에 맞춰 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저들 사이에,
결국은 같은 지점에서
만날 날들이 있을 거라는 걸.
조금 먼저 가고
조금 늦게 가는 것의 기준 역시
타인과의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다.
애초에 비교를 하지 않으면
조금 빠르다고 우쭐댈 필요도
조금 늦는다고 불안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나를 느낄 때마다 묘한 해방감을 맛본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스스로 사방에 그어놓고
그동안 나를 그 안에 가둬놓은 건 아니었을까.
오늘도 작은 매트 안에서
오로지 내 들숨 날숨에만 집중하며
어제보다 일초 더 자극에 무뎌지는
나를 만나는 요가 수련시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