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나
"그게 정말 네 꿈이야? 정말 대단하다. 근데 너 그게 뭐 하는 건지는 알아?"
내가 초등학교 때 가졌던 꿈을 어른에게 말하면 의례 듣는 말이었다. 뭐 하는 건지는 당연히 알았다. 그 시절 내 장래희망은 무려 '시인'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왜 시인이라는 꿈을 갖게 되었을까. 어릴 때 읽었던 책 중에 여러 시인의 시를 모은 책이 있었는데 거기에 있던 시 하나가 어린 나의 마음을 울렸다.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죽음을 앞둔 엄마가 자식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긴 시로 기억된다. 그 시가 참 맘에 들었던 나는 그 내용을 표절하여(...) 시화전에 내 작품을 제출했다. 그 표절 시를 읽고 감동을 받은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진심을 담아 칭찬하였고, 그 칭찬은 나로 하여금 시인의 꿈을 꾸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일단 '시'를 쓰는 것 자체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나의 꿈은 시인이 아닌 다른 것으로 점차 바뀌었다. 그리고 내가 가졌던 '시인'의 꿈을 잊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글쓰기 모임에서 할 일이 있었다. '왜 글을 쓰고자 하는가'란 대답을 하다가 우연히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모임장님이 내 이야기를 매우 흥미로워하시며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짜리가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건 정말 대단한 거 아닌가요?"
이 반응을 마주하니 시인의 꿈을 말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되는 기분을 잠시 맛보았다. 하지만 지금 나의 꿈은 시인은 아니다. 일단 시를 쓰기엔 나의 어휘력이 너무 부족하다. 그리고 mbti가 전형적인 s인지라 시나 소설을 쓰는 건 새내기 중년이 된 지금의 나에겐 그저 언감생심이다.
비록 시를 멋지게 쓸 자신은 없지만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만큼은 가득하다. 태어나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어느새 중년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나에 대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대충대충 살고 싶진 않다. 그래서 이 브런치북을 통해 '글쓰기'를 주제로 한 글을 정성스럽게 써 보고자 한다. 이런 저의 기록 여정에 함께 해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