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잠 못 드는 밤 - 무엇을 위해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왜 매일 밤은 이렇게 아쉬운지? 더 모르겠는 건 그 아쉬웠던 밤을 지나 눈도 못 뜬 채 반사적으로 칫솔을 물고 화장실 앞에서 꿰줴줴한 거울을 마주하며 꾸역꾸역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존력이란 무섭다. 매일 아침 회사에 가면 제일 많이 듣는 말, 그리고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 ‘피곤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피곤한 일주일의 반복을 끝없이 하는 걸까? 바로 ‘먹고살기’ 때문 아닐까.
요즘의 나는 참 고민이 많았다. 아니 지금도 나를 찾기 위한 끝없는 고민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내 인생에 있어 ‘꿈’ 이자 ‘끝’ 같았던 대기업 취업을 하고 나서야 나는 나를 찾는데 열중하고 있는 걸 보면 대학교 때 무엇을 위해 그렇게 쉼 없이 달려갔을까란 생각이 참 많이 든다. 그리고 지금의 취업을 고민하는 나의 많은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5년 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나는 종종 학교에 소정의 수고료를 받고 후배들의 고민과 진로를 상담해주며 가끔은 모의면접관으로서 지금의 청춘인 그들과 많은 얘기를 한다. 2주 전 모의면접관이 되어 또 그들을 만나고 왔다. 만약 그곳에서 ‘얘들아 너넨 뭘 하고 싶어? 뭘 할 때 제일 행복한 것 같니?’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들에게 그다지 환대받지 못할 것이다. 난 단지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한 가지 목표인 취업을 위해 파견된 특수요원이기에. 그들의 꿈의 기업에 있는 실무자와 임원에 빙의되어 어떻게 본인을 어필해야 하며 각각의 약점들을 가장 자연스럽게 장점화 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취업이 유일한 구원이라 믿는 그들에겐 ‘꿈’이란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생각해볼 틈도 없었을지도. 어쩌면 먹고살기 힘든 현실에 있어 '꿈'이란 사치일지도 모른다. 대기업이 아니면 그저 그런 인생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세상에서 죽어라 이력서에 한 줄로 길이 남을 스펙을 쌓고 기계처럼 초시계를 재가며 인적성을 파고 3분 자기소개에 목을 매고 있다.
아직은 우리 모두.
나도 똑같았다. 어중간한 지방대 4년제 여자 공대생. 그게 23살에 내가 가진 타이틀의 전부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욕심 많고 애살도 많았던 그 어중간한 애가 그 당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택은 대기업 취업이었다. 별 영향력 없는 흔히들 말히는 '지잡대생'들이 대기업에 취업한다는 것은 하나의 신분상승이었다. 부모님께는 세상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어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우리 딸이 있잖아~'라고 운을 떼는 기이한 장면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게 된다.
그때 난 모든 게 '끝'인 줄 알았다. 사회생활이야 술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잘 할 것이고, 이제 승승장구할 앞날만이 나를 기다릴 줄 알았다. 말 그대로 '착각'이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음을 왜 몰랐을까.
'잘하는 애는 어디 가서나 잘한다'며 조직은 개인의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해줄 수 없다는 일침을 들으며 새로운 팀이란 조직 속에 배치된다.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떻게든 발버둥 치며 살아나가야 한다. 깨지고 욕먹으며 혹여나 훗날 책임소재의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 참조에 팀장님을 넣으며 회피하기 위한 '방어하는 삶'을 살아나간다. 하루하루 살아나가기보다 살아지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처럼. 현실이다. 먹고사는 건 정말이지 현실이다.
'일'을 나의'업'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직장'을 다닌다고 '직업'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에겐 직업이란 열과 성을 다해 마음껏, 진심을 다해 그 일을 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지금의 내 일에는 '마음껏, 진심을 다해'는 빠져있는 것 같다. 언젠가 저 문구에 당당할 날을 바라며 난 오늘도 '일'을 마친 뒤 '업'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빼면 대부분의 시간은 '일'을 하는데 보낸다. 삶에 있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간들을 '먹고살기' 때문에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라고 생각하면 너무 고달프지 않은가. 오늘도 나는 흔한 직장인으로서 훗날 진심을 다하는 글쟁이를 꿈꿔본다. 아직 서툴지만 마음을 다하는 나의 진정한 글쓰기란 '일'이 나의 진정한 '업'인 글쟁이(작가)가 될 그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