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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쭹이 Apr 23. 2018

5년 후의 나는

꿈이 있는 미래는 현재의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출근을 하지 못했다.

추적추적 비까지 내린다. 한 숨 더 자고 일어나 찌뿌둥한 몸으로 책을 펼쳤다.

많은 생각들이 또 스쳐 지나간다.

요즘 이런저런 핑계로 글을 발행하지 못했다.

회사일이며, 양가 어른들 집들이며, 주말마다 서울에서의 미팅까지..


요즘의 나는 제일 바쁘게 사는 것 같다.

고3 때 보다, 취준생일 때 보다 더.

우리 엄마는 고3 때도, 심지어 취업을 준비하던 치열한 시기일 때도 하지 않았던 딸내미 건강 걱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남편은 보약을 한 재 해 먹으란다. 이럴 때 가족의 애틋함이 마구마구 느껴진다. 건강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5년 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10년 후에 나는?


난 29살이다.

24살에 H중공업에 입사를 했고, 그다음 해 25살에 H자동차로 이직을 했다.

그리고 지금 난 29살 4월의 말 즘 서 있다.

첫 직장 입사 후 5년이 흘렀다.

그 5년 동안 말도 안 되게 비상식적인 사람도 있었지만, 이 팍팍한 회사생활에서도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좋으신 분들도 참 많이 만났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렇게 좋은 분들을 보면서 내 5년 후, 10년 후엔 저렇게 되야지라는 생각은 단 1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일까.

그들을 보며 느낀 내 감정은 전쟁터 같은 회사생활에서 밝음과 매너를 잃지 않고 묵묵히 걸어나감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윗사람의 질책에 무뎌짐과 그것을 견뎌온 것의 대한 리스펙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조직이란 이름으로 부당함을 정당화시키는 그곳에서 사람들의 불만은 되돌이표처럼 매년 반복된다.

하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다. 매번 끝은 '에휴 어쩌겠어 회사가 다 그렇지'라는 말로 끝난다.

세상이 그리고 기업들이 많이 변하고 있다지만 조직이란 그리 쉽게 변하는 집단은 아니다.


무엇이 그들을 인내하게 하는 것일까.

노골적으로 말해서 '돈'아닐까?

얼마 전에 우리 사무실 건물의 어떤 분이 주식으로 대박이 나서 퇴사를 하셨다.

다들 그분을 보며 부러워한다. 나도 그 정도만 있어도 회사를 때려치우겠다고 한다.

물론 개중에 보면 지금 하는 일이 좋고 성취감이 뿜뿜 와서 재미있게 회사생활을 하시는 분도 있다. 우리 팀에도 한 분 계신다. 그분은 회사 체질인 것이다. 지금의 일에 만족하는 것이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한 100명 중 한 명은 되는 것 같다. 나머지 99명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머지 99명의 대부분은 회사-집-회사-집-휴가만 목 빠지게 기다리기-회식 및 술로 달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5년 후에도 여전히 이 패턴과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고.


내가 요즘 그렇게 바쁘게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주식으로 대박이 나도 계속하고 싶은 진짜 '나의 일'을 찾아서.

질리지 않는 나의 업으로 평생 먹고살고 싶어서.


내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근본적인 원천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사는 것이지만

부수적인 원천은 회사는 그 누구도 책임져 줄 수 없다는 사실인 것이다.


흔히들 말한다. 회사 ''은 '전쟁터'지만 ''은 '지옥'이라고.


그 회사라는 전쟁터도 '나'라는 무기에
 총알을 장전해 줄 수 없는 그때가 다가오고 있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조금이라도 연식이 덜 되고 더 잘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써야 하니까 이제 너라는 무기에게 줄 칼과 총알은 없어. 이때까지 싸우느라 수고했어.라고 할 때가 더 빠르게 오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추세와는 다르게 우리는 '회사'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사회라는 지옥에 나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왜냐고? 젊음을 오로지 그곳에 다 받쳤기 때문에.

회사를 나온 사회에서는 누구누구 대리님, 과장님 , 차장님이 아닌 그냥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직급이란 옷으로 치장한 내가 아닌 발가벗은 온전한 내가 된다.


그때 발가벗은 몸으로 이 사회에 어필할 수 있겠는가.


잘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회사를 다닐 때, 무기를 그나마 들고 있을 그 때

내가 활을 잘 쏘는지 총을 잘 쏘는지 혹은 가지고 있는 그 무기로 미사일도 개발해보고 이것도 저것도 해보라는 얘기다.


회사는 매우 좋은 곳이다.

서로가 Win-Win 할 수 있는. 하지만 내가 경제적인 것 말고 어떤 것을 Win 할 수 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나는 5년 후의 '어떠한 모습의 나'라도 '지금의 나'보다 더 행복한 모습일 것 같은 확신이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그 목표를 향해서 조금씩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에.

  

뭐 당장 회사를 나와라, 나만의 것을 해라. 퇴사 열풍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조용히 때를 보며 묵묵히 나아가라. 언젠가의 그 날을 위해.


짧게는 5년 후, 길게는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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