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쭹이 Nov 06. 2018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그래 그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간 거니까

요즘 통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 안 했다는 게 바른 표현인 것 같다. 


한 가지 변명을 하자면 주중 내내 회사를 다니며 저녁엔 지친 몸을 끌고 원고를 쓰느라 여력이 없었고 또 다른 한 가지 변명을 하자면 그 날 내 기분을 담은 나만의 글을 쓸 에너지가 없었다고나 할까.


한 달 전부터 나는 몸에 에너지가 다 소진된 것 마냥 아무것도 하기 싫을 만큼 방전이 되었다.

대학교 때부터 4년 내내 휴학 없이 학교를 다녔고 바로 회사에 입사했고 그리고 이직마저 하루도 쉬지 못한 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최근 2년은 내가 마음이 움직이는 진정성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주말마다 그리고 퇴근 후마다 움직이고 생각했으며 가장 최근의 1년은 나의 첫 책을 위해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다. 


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당장, '난 내 걸 할 거야!'라고 다니던 곳을 뛰쳐나올 수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이렇게만 살아가기엔 삶의 진정성 결여에 대해 생각해봐야만 했다. 


그래, 현실과 이상 둘 다를 하는 거야.


라는 이런 마음으로 최근 2년을 살아냈고 또 바쁘게 살아갔다.

몸은 힘들지만 행복했다. 피곤하고 녹초가 되어도 정신은 더 살아났고 삶의 마음속 여유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내 나이를 간과한 걸까. 내 체력을 간과한 걸까. 1년을 미치도록 달리고 나니 내 몸의 에너지가 방전된 느낌 그 자체였다. 정말 한 달 아니 보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워진 나를 온전히 채우며 살고 싶었다.


그러나 직장인이란 존재는 한 달에 한 번 쉬는 것 혹은 많게는 두 번 쉬는 것을 제외하고 출근과 퇴근을 반복해야 하는 존재였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 월차란 쉬는 날까지도 또 다른 나의 일인 컨설턴트로 면접을 봐주고 강의를 하러 가야만 했다. 월차를 쓰지 않으면 평일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너무 욕심을 낸 걸까. 탈고(원고 수정) 일정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글이란 것도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노트북 앞에 앉아만 있는다고 쓰여지는 것이 아니기에 일단 쉬었다. 퇴근한 후라도 온전히 나의 휴식에 집중하기로 했다.


완전히 채우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야 할 때다.

2018년 회사에서의 남은 2달도 잘 마무리가 되어야 하고  원고 작업도 마무리해야 되는 시점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필연적으로 또 힘을 내본다.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브런치를 켜 글을 쓰니 에너지가 조금씩 차오르는 것 같다.


힘에 부치지만 그래도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늘 똑같은 생각을 한다.


'아 피곤하다. 퇴근하고 싶다.' '와 오늘 드디어 금요일이다!!' '일요일 밤이네. 내일 또 출근인가.' '목, 금만 버티면 주말이다.' 똑같다. 나도 많이 그랬으니까.


그들에게 한 번씩 물어본다. 하고 싶은 게 뭐냐고.

그럼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하고 싶은 게 없단다. 혹은 모르겠다고들 이야기한다.

이는 당연한 대답일 수도 있다.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그리고 찾지 않았기에.

이 팍팍한 세상 직장 다니는 것도 피곤한데 뭘 하려 드는 것도 웃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 말들을 매년 되풀이하기 지겹다면. 그리고 조금이나마 내가 진정으로 즐겁게 살아갈 이유를 얻기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찾아보기를 권한다.


지금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기다려라.

그게 3년 후고 5년 후고 찾아올 테니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행복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이 움직여지는지.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진정성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그래 그것만으로도 반은 왔으니까.

라며 힘을 내본다.


모든 직장인들이 조금이나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고, 월급의 관성에 너무 길들여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리고 진정으로 마음을 다해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 알아나가는 계기가 늦지 않게 있기를.


 



이전 06화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