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게 있을까?
필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고 요행을 바라는 일이다.
혹여나 어떤 일이 운으로 되었다고 생각해도 그것은 그 일에 들어간 숨은 노력들이 쌓여 이루어졌거나, 혹은 잠깐의 트릭으로도 가능해 금방 탄로가 나거나 둘 중 하나다.
물론 운이 따라서 복권 당첨이 되는 일 같은 천운으로 되는 일을 제외하고 말이다.
오랜만에 동기 회식을 했다.
보통 나 같은 4년 차 직장인들이 만나면 사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재테크 이야기, 퇴사한 동기의 근황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단연 월급쟁이들의 재테크 이야기는 어딜 가나 꽃을 피운다.
지금은 열기가 식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핫했던 '비트코인'
한참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 누구는 얼마를 투자해서 억을 벌어 회사를 퇴사한다더라.
누구는 얼마 넣어서 몇 백배 수익을 봤다더라, 엄청난 열풍이었다.
사실 나도 너무 신기해 '아니, 그게 사실이라고? 와 진짜면 대박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부터 비트코인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나 우리 같은 직장인들.
우리 동기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 또한 거기에 투자한 사람들도 많았다.
엄청난 폭으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그 주기에 따라 투자한 사람의 기분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주춤한 시기가 오자
'존버(오래 버티는 것)는 승리한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제테크 얘기로 한참을 얘기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에 큰돈을 투자한 동기 한 명이 말했다.
"인생은 모 아니면 도다. 특히 우리 월급쟁이 같은 사람들은. 우리가 평생 일해봤자 그렇게 단기간에 억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오겠나. 뭐 안되면 1년 회사 덜 다녔다 생각하지 뭐."
최고치에 사서 지금 최저치를 치고 있어 속상한 모양이었다. 그렇게라도 자기 위안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꾸 하는 말이 인생은 뭐 없단다. 다 운이란다. 이런 투자도 다 배포가 있어야 하는 거라고.
그래서 물었다. 비트코인이 뭐냐고? 그게 어떤 개념의 용어고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 거냐고.
잘 모른단다. 그것까지는. 나는 그냥 허허 웃었다.
투자? 좋다. 요즘은 재테크는 필수다.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돈을 불리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본인이 투자하는 종목이나 용어 그리고 투자 프로세스를 하나도 모른 채 큰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나로선 이해가 잘 가지는 않았다. 그것이 바로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비트코인이 어떤 개념이고 어떤 프로세스로 나에게 이익과 손실을 줄 수 있는지, 그 기본에 블록체인은 어떤 개념인지 잘 알지도 못한 채 1년 연봉을 턱 하니 내놓는다. 매우 후하게.
전문가인지 비전문가 인지도 모르는 어떤 이의 "지금 여기 빨리 들어가야 된다. 곧 상한가 친다."라는 말에 큰돈을 턱 하니 내놓는 것이다. 그러면서 존버는 승리한다니.
그렇게 존버가 승리하는 걸로 동기회식을 마무리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메신저가 왔다.
"요즘 뭐 글 쓰고 책 쓰려고 한다며? 책 어떻게 쓰는데?"
찬찬히 이야기해주었다. 목차와 꼭지를 따서 원고를 작성해서 퇴고한 후 출판사들한테 투고하면 되는 것이고 쉽지만은 아닌 일이라고.
그리고 그는 또 물었다. 그냥 뭐 아무거나 자기가 쓰고 싶은 원고 써서 출판사 선택해서 주면 되는 거냐고. 그게 어렵나? 돈은 얼마나 주냔다.
더 이상 말하기가 싫었다.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것을 빨리 대답해라는 듯, 계속 대답을 맡겨놓은 듯이 물어댓다. 본인이 진짜로 궁금하고 관심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서치 해보는 게 기본이다.
말이 안 통했다.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갑자기 그건 왜 묻는데? 뭐 관심이라도 생겼나?"
"돈 좀 되면 해보려고. 글을 A4에 쓰나 어디에 쓰노. 몇 장 쓰는데."
대화창을 껐다.
또 요행을 바라는 듯했다. 세상이 본인이 뭘 한다면 옆에서 척척 비서처럼 옆에 붙어서 도와주는 것 마냥.
불확실한 시대다. 확실한 게 하나 없다. 맞다.
하지만 뭔가를 바라고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게 돈이든 성취든 성과든.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들어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사실 나도 완전히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붙어 일이 촥촥 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행운의 여신은 그걸 위해 움직이고 생각하는 사람 주위를 맴돈다는 것을.
비판할 마음은 없다.
언젠가 그도 깨달을 것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운만 바라보고 산다면 평생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불확실하고 기약 없는 기다림만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지금 이 브런치를 쓰면서 생각했다.
지치지 말고, 안주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요행을 바라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