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투자, 실패하면 사고 아닙니까
짧은 고시원 생활을 마치고, 빠르게 방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사고 아닌 사고 과정을 겪고 있고 도움이 될까 해서 적어본다.
0. 묵시적 연장으로 진행하던 중, 정반대 회사로 이직. 출퇴근 거리 15분 -> 1시간 30분. 2주 정도 해보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계약해지를 꺼냈다. 3개월 전에 말하면 된대서 문자로 보내놓고, 30일 전에 혹시 몰라 한 번 더 확인 문자를 보냈다. 그랬는데 노력중이란다. 혹시 몰라서 내가 부동산 어플이랑 카페 등 뒤져가면서 매물 올라갔나 봤는데 올리지도 않았더라. 전화했더니 받지도 않는다. 부동산에 전화하니 참고 기다리라 하더라. 그렇게 사람 좋아보이는 분들도, 지 돈이랑 관련되면 입 싹 닫는다. 열 받더라.
1. 저당
방은 분리형 원룸. 저당이 10% 정도 잡혀있어서 조금 꺼림직하긴 했지만 당시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바로 했다. 당시에도 전세사기라는 말이 많이 나올 때라서 주의했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다. 그런데 사실 뭐 저당 있든 없든 돈 주기 싫은 게 사람 마음인지라, 결국 보험의 힘을 믿을 수 밖에 없다.
2. 보증보험
보험하려 LH SH 뭐 많이 연락했는데 다세대라 안 되고, 빌라라 안 되고, 시세 측정이 안 되고 말이 많았다. 몇 번 하다 보니 지쳐서 포기했는데 포기하면 안 됐다. 세이프홈즈 이런 서비스 돌려보니까 조건상으론 문제 없다 하더라. 좀 찾아보면 안 된다고 했는데 된다고 해서 성공한 사례도 많다.
보험 들어주는 직원들도 결국 회사원인지라, 대충대충 빨리빨리 쳐내기 급급하다. 그들은 우리의 전세금에 관심 없다. 솔직히 말해서 좀 악도 쓰고 땡깡도 부려야 했는데 그걸 못했어서 아쉽다.
3. 세이프홈즈
세이프홈즈라는 뭐 부동산 전월세 위험도 보는 서비스인데, 참고는 된다. 다만 노력중이라던 그 집주인도 세이프홈즈에서 점검했을 때 점수는 높았다. 시작할 때 적은 것처럼, 결국 돈은 주는 사람 마음이니까 법밖에 믿을게 없다. 아무튼.
4. 내용증명
어떻게 할 건지 답도 없고 전화도 안 받길래 바로 다음날 내용증명을 보냈다. 별 건 아니고, 당신과 내 계약이 이러하니 참고하라고 리마인드하는 용도다. 나중에 소송 등 할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들었다. 이후 임차권등기설정하면 임대인의 그 이후 대출이나 세입자받기 등이 어려워지므로, 사전 경고같은 용도다.
어려우면 세이프홈즈 서비스 쓰면 되는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다. 로폼에서 양식 제공하니까 거기에 넣고 뽑으면 된다. 3장 뽑아야 한다.
그러면 본인 1부, 우체국 1부, 상대방 1부 이렇게 나눠가진다.
내용증명 보내니 바로 전화가 왔다. 줄 건데 이사는 언제 갈 거냐. 이런 이야기를 하길래, 이사가 문제가 아니다. 보증금 언제 줄지 정해져야 내가 움직일 거 아니냐. 이런 실없는 이야기를 하고 끊었다.
5. 나눠준다는데요
보증금을 나눠서 줄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만기를 한 달 연장해야 한다. 30% 이후 70% 주겠다. 70% 이후 30% 주겠다. 이러길래 이번엔 강하게 보냈다. 혹시 어떻게 사람들은 대응하는지 궁금하면 네이버 세입자카페or GPT 돌리자. 나눠준다는 사례는 네이버 카페에도 많이 나오는 경우다.
6. 다 주긴 줄 건데 이사 먼저 가
돈을 준단다. 그런데 이사를 먼저 가고 돈을 준단다. 이것도 은근 많이 나오는 기출인데, 세입자는 점유를 하지 않고 있으면 대항력을 갖추기 힘들다. 그래서 이사 가더라도 임차권등기설정을 하거나, 짐을 두고 나온다.
임차권등기설정은, 돈은 못 받았는데 필연적으로 이사를 가야 하거나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제도인데, 내가 이 집에 살았고 아직 돈 못받았음을 낙인 찍는 제도다. 이로 인해 지연이자 12%씩이 발생하고 이후 대출이나 세입자 등도 받을 수 없다. 보통은 임차권등기설정 이야기가 나오면서 돈을 주기도 하고, 임차권등기설정을 걸고 협의하면서 보증금을 받는다.
7. 만약 그 날 안 주면? 대출 만기는?
안 주는데 (바로 이사갈 수 있으면) 이사 가고 짐 남기고, 임차권등기설정하자.
안 주는데 (바로 이사갈 수 없으면) 그냥 점유하면서 살자.
안 주는데 대출 만기가 다가오면? 임차권등기설정 접수증으로 연장이 가능하다. 나도 현재 이 예정이다.
과정을 공개하는 이유는, 언젠가 까먹을 거 같은데 분명 필요한 정보일 거 같아서다. 그리고 웬만하면 전세 살지 말라고 권하고도 싶고.
아마 건물도 몇 개 계시고 근저당도 많지 않아 돈을 받을 거 같긴 한데, 정말 전세는 온갖 방법으로 사기가 있어서 쉽지 않다.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보험이 안 될 경우 만약의 경우 정말 피곤해진다 위 글을 읽은 것처럼. 해결 안 되면 바로 임차권등기설정 때리고 경매 넘어가고 이런 과정을 이해하고 따르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지만, 정말 이사 못 가고 아파트 계약금 날리는 분들도 수두룩하다. 위경련 오고 자살하는 분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사는 동안 전세 이자가 월세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저렴했으나, 이후 대응과정이나 스트레스, 혹시나 못 받을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웬만하면 월세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암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