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ypyo Jul 07. 2024

거짓을 이기는건 더 큰 거짓

[넷플릭스] 돌풍

https://youtu.be/V-2VdQZGiTU?si=h6No6yBAVC-Hg3Q4


동호는 검사였다.

법과 원칙에 따라 모두를 심판하고 싶었다.

그러나 권력은 법을 도구로 세상을 지배했다.

권력자의 위법행위는 언제나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은 오로지 그들 아래의 세상에만 적용되었다. 그들을 향한 엄정한 법 집행은 오히려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유가 되었다.

거대 권력과 외롭게 싸우던 동호는 결국 좌천되었다.

분노를 참지 못한 동호는 인권변호사 출신이었던 국회의원 장일준을 찾아간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부정부패를 몰아내고 싶습니다.

그래 네 뒤에는 내가 있을게.

정치계에 입문한 동호는 장일준과 함께 정치 경력을 쌓아갔다.

10년 뒤 장일준은 대통령이 되었다.

동호는 왕의 남자가 되었다.

그는 그동안 꿈꿨던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

투명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장일준의 정부는 그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계속 흘러갔다.

타협은 정치의 속성이었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타협을 해야했다.

하나를 내어주고 하나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권력을 나누기 위한 약속은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한 정치 슬로건이 되어 언론에 공개되었다.

동호는 그것을 참지 못했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반복되면 결국 우리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아닌가.

피를 나눈 동료였던 그들 모두가 권력에 눈 먼 자가 되었다고 동호는 생각했다.

그러던 중 그의 친구 검사 서기태는 정경유착을 파헤치다가 장일준이 엮인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서기태는 옛날 검사 시절의 동호처럼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다.

오히려 동호가 만든 권력이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몰아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동호는 그토록 원했던 그 날이 왔다고 생각했지만 바뀐 것은 주인공 뿐이었다.

권력과 부정과 부패와 비리와 굴욕과 복종과 권모술수가 짠 판은 그대로였다.

허무했다.

이대로 자신도 그 일원이 되어 그저 그런 사람으로 남을 것 같았다.

동호는 장일준을 설득했다.

이제 물러나라고 했다.

우리가 원한 세상은 이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러면 그들과 다른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나 정의와 의리로 대통령이 된 장일준은 그것도 권력이 있고 나서의 문제라고 했다.

자신의 앞 길을 막는 자는 이유를 막론하고 적이 되는 것이 정치 무대라며 자신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냐고 묻는다.

그와 함께 장일준 곁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던 경제부총리 정수진은 동호에게 말했다.

우리에게 권력이 없어지면 목적을 이룰 수 없지 않냐고.

결과는 수단을 정당화했다.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상황에서 동호는 세상이 아직도 거꾸로 뒤집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는 제대로 돌릴 수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깨닫는다.

거짓을 이기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더 큰 거짓이라는 것.

괴물이 되어가는 동호와 그를 막으려는 정수진의 피튀기는 정치 싸움이 시작된다.

그 안에 국민은 없다.

국민은 오로지 그들이 활개치는 무대에 초대된 관객일 뿐이었다.

국회와 정부와 노조와 변협과 종교계 등 세상 곳곳의 권력을 상대로 타협과 협박을 통해 국민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언론은 그 칼춤의 일부만 보여주고는 객관적인 시선인양 담아냈다.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은 설경구, 김희애가 주연을 맡은 정치 드라마다. 정의를 부르짖었던 민주투사가 권력을 갖게 되면서 정치의 속성이 무엇인지 그것으로 세상이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질문한다.

곳곳에 우리나라 현실 정치를 풍자하는 듯한 느낌을 그려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감한 영역까지 데려가지는 않는다. 다만, 시리즈 말미에 나오는 동호의 대사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국민들을 위해서 정치를 하지 않았다. 나를 위한 것일 뿐이었다. 내가 싫어서. 내가 부정부패한 세상을 보기 싫어서 했던 것일 뿐이었다.”

정치는 권력 쟁취가 핵심이며, 국민의 지지는 그 수단임을 암시한다. 누구나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믿고 끝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다. 정치는 그 가치가 개인의 것인 동시에 대중의 것이다. 개인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대중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탄생한 것이 정치다. 하지만 그 정치가 소수에게만 적용된다면 대중은 어떻게 될까?

이 시리즈에서 들러리처럼 보이는 국민의 구성원으로서 그 역할에 대해서 더 되짚어 보게 된다. 더불어 나란 인간은 수단을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이토록 현실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우리에게 동호의 존재는 정말이지 슈퍼히어로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우린 그런 사람을 갈구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전 03화 나는 쓸모 없는 오발탄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