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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Jul 30. 2024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

영화 <샷 콜러>

제이콥은 성공한 금융인이었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그는 단란한 가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과 함께 부부 모임으로 즐거운 저녁식사를 한 뒤 음주운전을 한다. 불행히도 사고가 발생해 뒷좌석에 앉은 친구는 사망한다.

제이콥은 그 죄로 감옥에 가게 된다. 이제껏 성실하게 살아왔던 모든 삶은 한 순간에 부정되고 그는 범죄자가 되었다. 과실치사를 주장해보고자 하지만, 재판에서 불리하다는 변호사의 말에 결국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교도소에 간다.

제이콥이 갇히게 된 교도소에는 사형수 등의 중범죄자까지 있는 곳이었다. 교도소는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또다른 룰(rule)이 있었다. 몇 개의 세력이 갈라져 있었고 그 안에 속하지 않으면 괴롭힘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4년이라는 시간은 길었다. 괄시와 무시를 당하기에는 그는 담대했다. 그는 노련한 트레이더의 감각으로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 베팅한다.

결론적으로 제이콥은 베팅에 성공했다. 가장 강력했던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우리와 같다는 것을 증명해라”는 조직 우두머리의 말에 따라 손에 피를 묻히는 통과의례를 마친다. 실수로 들어간 범죄의 세계에서 그는 살아남기 위해 자의로 악인이 된다. 악은 세상 밖에서는 처벌대상이었지만, 그 안에서는 지위 상승을 의미했다. 제이콥은 명특한 머리와 단련시킨 몸으로 악을 실행해 조직의 핵심 멤버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제이콥은 가족과 멀어진다. 아들과 주고받던 편지를 끊었고, 아내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자상함과 책임감이 넘치는 성실한 가장에서 잔인함으로 무장된 갱(Gang)이 된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그것이 자신이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은 다르게 생각했다. 제이콥의 현실을 알기 힘든 그들로서는 연락을 끊은 가장은 자신들을 버린 것이라고 여겼다.

만기 출소 날, 제이콥을 기다린 것은 가족이 아니라 교도소 동료였다. 감옥 안의 세상은 감옥 밖의 세상의 의도대로 분리되지 않았다. 감옥 안의 세상을 지배했던 우두머리가 제이콥에게 총기 밀수를 지시했다. 제이콥은 불응했지만, 가족을 위협하는 그를 거스를 수 없었다. 그러나, 제이콥은 다시 범죄자가 되기만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지 위해서는 결국 교도소 세상을 지배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그는 그가 설계한 계획을 실행했고, 이윽고 주도권을 가진 자를 의미하는 “샷 콜러”가 된다.


영화 <샷 콜러>는 인간의 양면성을 다룬 작품이다. 인간은 복잡하다.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입장은 달라진다. 행동은 개별적이지만, 그 안에는 맥락이 있다. 맥락은 개인의 의지와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된다. 제이콥의 경우는 자신의 처한 현실에 능력을 발휘해 적응했지만 그것은 곧 갱단 두목이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제이콥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이 받게 되는 죗값은 죽은 친구와 가장을 잃은 가족의 슬픔에 비해 작다고 생각하는 정의로운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감옥에서 갈림길을 마주치자 정체성의 혼란이 생긴다. 4년동안 감옥 안의 권력자 발밑에서 온갖 핍박을 인내하며 출소하는 것과 갱단 멤버가 되어 새롭게 편입된 세상 속에서 우두머리가 되는 길 앞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그는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던 습성에 따라 그 안에서도 권력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능력을 갖춘 이의 결단은 항상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는 악에서 자신과 가족을 구원하는 수단으로 거악을 선택했다. 그 전까지는 선과 악으로 구분했던 자신과 갱단의 삶이 재정립된다.

평범한 금융인이 갱단 두목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톨스토이의 명작 <부활>에서 주인공 네흘류도프가 유형장에 끌려가는 이들을 보면서 고민하는 대목과 비슷하다. 세상은 악을 떼어내 가두면 더 나은 세상을 될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 더 큰 악을 양산하게 된다. 가벼운 죄로 들어간 그들은 거대 악에 맞서 적응하게 된다. 그 방법은 벌레처럼 짖밟히는 것뿐만 아니라, 전보다 더 포악해진 상태로 그 위에 올라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이콥은 후자로서 변화했고 그 모습에서 우리는 그를 선과 악 중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말성이게 된다.

영화는 너무나 훌륭하다. 완성도와 몰입력이 매우 높다. 왕좌의 게임으로 익숙한 덴마크 출신 배우 니콜라이 코스터-왈도의 연기에 빠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는 동안 계속 자문하게 된다.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세상에 선과 악은 구분이 될까. 그리고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선을 드러내고 악을 감추기 위해서 어떤 시스템을 만들고 또, 스스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답은 우리 모두 각자 그리고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이들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전보다 더 선해졌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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