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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달 전등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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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레몬 Feb 11. 2022

햄버거 전쟁 1

동화

하윤이의 남동생 서준이는 집에서 제일가는 장난꾸러기다. 방문 뒤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누나를 깜짝 놀래 킨다거나, 누나를 부르고 몰래 숨어있는 장난을 자주한다. 하윤이는 서준이의 장난이 귀찮다. 너무 자주 장난을 치기 때문이다.


“으악! 놀랬지?”


언제나 그렇듯 서준이가 방문 뒤에 몰래 숨어 있다가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왔다. 서준이의 장난에 하윤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휴, 넌 진짜 그만해. 재미없어.”


“치, 누나 나빴다.”


하윤이가 동생 서준이를 혼내자 서준이는 시무룩해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 모습에 하윤이는 마음이 약해진다. 


“누나 뭐해?”


그리고 서준은 소문난 누나바라기이다. 서준은 언제나 하윤이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서준이는 하윤이가 하는 모든 행동을 따라한다. 하윤이가 책을 읽고 있으면 옆에서 같이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면 옆에서 같이 그림을 그린다. 하윤이가 기린을 그리면 서준이도 기린을 그리고, 코끼리를 그리면 코끼리를 따라 그린다. 서준이는 하윤이가 친구와 만나는 자리에도 항상 따라 가려고 한다. 하윤이가 친구네 아파트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할 때에도, 문방구에서 불량식품을 사먹을 때에도, 도서관에 갈 때에도 항상 서준이는 누나인 하윤을 따라간다. 


‘누나, 누나’하고 졸졸 따라다니는 서준이를 하윤이 친구들은 귀여워했지만, 정작 하윤이는 조금 귀찮았다. 혼자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을 때도 있는데 서준이는 자신을 데려가주지 않으면 생떼를 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서준이와 함께 있으면 계속 서준이가 신경 쓰여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 하윤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준이는 매번 하윤이의 손을 잡고 나설 때마다 싱글벙글 웃었다.


“네가 동생을 챙겨야지. 누나잖아. 엄마 없으면 이제 네가 서준이 보호자야.”


서준이 따라다니는 게 너무 귀찮다고 말할 때마다 엄마는 하윤에게 항상 같은 말을 했다. 서준이 동생이고, 하윤이 누나니까 항상 동생을 챙겨야한다는 말을 하윤은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다. 


“우리 하윤이가 누나잖아. 누나니까 동생을 잘 챙겨야지.”


아버지도 하윤에게 매번 같은 말씀을 하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윤은 동생을 떼어놓고 다닐 수 없었다.


“누나 뭐해?”


서준은 오늘도 어김없이 하윤을 따라 나섰다. 하윤은 침을 꿀꺽 삼키고 신중하게 뽑기 기계에 동전을 넣는 중이었다. 문방구 앞에 있는 뽑기 기계는 모든 동네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동전을 넣으면 작은 장난감을 하나 건네주는 뽑기 기계가 하윤이는 너무나 신기했다. 하윤이는 ‘제발 복숭아 캐릭터, 제발 복숭아 캐릭터’라고 말하며 뽑기 기계에 동전을 넣고 돌렸다. 그러자 동그란 플라스틱 공이 튀어나왔다. 플라스틱 공을 열고 하윤이는 실망했다. 하윤이 원했던 캐릭터가 아니라 사자 캐릭터 장난감이 들어있었다. 서준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사자 캐릭터네…. 서준아, 너 가져.”


“진짜? 진짜 이거 나 가져도 돼?”


“응. 난 사자 캐릭터는 별로야.”


“그럼 다시 뽑아, 누나.”


하윤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복숭아 캐릭터였다. 한 번만 더 시도해볼까 고민하며 손에 쥔 지폐를 바라보던 하윤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햄버거 사먹을 돈과 뽑기 한 번을 할 돈만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뽑기 더 하자, 누나.”


하윤이 자신의 용돈을 보며 고민하자 서준이 주머니에서 주먹을 꺼냈다. 작은 주먹을 펼치자 거기에는 오백 원짜리 백 원짜리 동전들이 몇 개 있었다. 하윤은 웃으며 다시 그 작은 손을 접어주었다.


“아니야, 이건 나중에 서준이 써.” 


다음 달에 받는 용돈으로 뽑기를 하자고 다짐하며 하윤은 서준의 손을 잡고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하윤이는 옆에서 양 볼 가득 햄버거를 넣고 입술에 케찹을 묻힌 채 맛있게 먹고 있는 서준이를 바라보았다. 햄버거로 가득 찬 통통한 볼이 터질 것 같았다.


“서준아, 너 절대 햄버거랑 감자튀김 먹었다고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어머니, 아버지는 하윤이와 서준이가 햄버거를 먹는 걸 매우 싫어하셨다. 건강을 해치는 음식이라며 절대 패스트푸드점에 가지 않을 것을 강조하셨는데, 안타깝게도 몸에 좋지 않은 건 맛이 좋았다. 그래서 용돈을 받으면 가끔씩 햄버거를 사먹었다. 감자튀김까지 다 먹고 콜라를 쪽쪽 빨아마시던 서준이 하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윤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서준이 기름 묻은 손으로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하윤의 새끼손가락에 걸어보였다. 


하지만 그 약속은 얼마 안 가 깨지고 말았다. 시금치를 먹지 않는 서준을 엄마가 혼내자 서준이 햄버거를 먹은 지 얼마 안 되서 입맛이 없다고 해버렸기 때문이다.


“햄버거 먹었어?”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서준이 두 손을 들어 입을 막아봤지만 이미 말은 쏟아진 이후였다. 무서운 얼굴을 한 엄마가 하윤이의 이름을 불렀다. 하윤은 깜짝 놀라 엄마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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