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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A Jul 15. 2022

리더의자격 1

공자는 마흔을 불혹이라 하였으나 그것은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실제로 살아보니 박웅현('여덟 단어' 저자)님 말대로 마흔은 모든 것에 유혹되는 '만혹'에 더 가깝다. 지금의 나에 대한 혼란, 미래의 나에 대한 불안, 과거의 나에 대한 미련이 뒤섞여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내가 만났던 분들을 반추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스승이나 상사로 모셨던 분들이 내게 남겼던 좋은 메시지가 하나 둘 떠올랐다. 그분들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앞으로의 지표로 삼는것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길이라 생각하며 기억을 더듬어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내가 신입 때 만났던 본부장님은 내게 분별력이 별로 있지 않던 그 시절에도 꽤나 똑똑하고 독특한 분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분은 직원 한 명 한 명을 '선수'라 칭하셨고 용인술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외인구단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괴짜 감독 같았다.  어느 날 본부장님이 나를 불러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윤선수, 얘기 들어보니 네가 일을 쫌 하나 보대? 뭐.. 근데 스물몇 살 째깐한 아가 해봐야 뭘 그래 잘하겠노 그체? 더 잘해봐라.. 얼마나 잘하는가 함 보자. 니 근데 지금 맨날 데이타 돌린다고 백날천날 그런 거만 하지 말고 경제신문 봐라. 매경이나 한경 같은 신문 있제? 그거 배달 오면 그거 보고 내 방에 가져오던가 나 보고 나면 니가 보던가... 그거 사악 보고 미국, 우리나라 경제랑 금융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번 보란 말이야. 니가 그걸 보면 나중에 조 단위를 움직일 것이고 지금처럼 데이터만 보고 선전지나 돌리면은 억 단위나 만질 것이야.  알겠나? 뭐 니가 어째 알 수가 있겠노. 그래도 내말 들어봐라 알았나? 가라." 그 당시엔 그분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크게 와닿지 않았던 거 같다. 당시에는 지류 신문을 사보는 시절이라 금융인 코스프레하듯 가판대에서 매경을 자주 사서 들고 다니긴 했지만 그분이 당부하셨던 것처럼 생각을 갖고 기사를 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 데이터나 들여다보고 그 때나 지금이나 억 단위 정도나 만지는 존재가 되었다.  물론 내가 그분의 뜻을 제대로 받들었다 해도 조 단위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시장을 이해하는 눈이 없이는 미시적인 트렌드를 아무리 뒤지고 훑더라도 점 하나, 점 둘, 점 셋만 보일 뿐 하나로 연결해서 큰 가치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는 눈이 열려있어야 똑같은 컨텐츠ㄹ로도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간혹 직원을 기능인으로 대하는 리더들도 있다. 그런 유형은 조직원의 성장보다는 조직의 안정을 강조하며 새로운 기회도 지식도 전파하지 않고 늘 하던 일 속에 직원을 가둔다. 그런 경우 조직원 개개인은 예상치 못했던 포지션 변경, 새로운 환경이 주어졌을 때 대응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계의 부속 하나는 기계로부터 분리되는 순간 기능을 상실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논리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당시 나의 본부장은 표현은 세련되지 않았을지 몰라도 사람 한 명 한 명을 훌륭한 선수로 키워내려는 의지가 강했던 분이었던 것 같다. 회사를 키우려는 보스가 아니라 사람을 키우려는 좋은 리더였던 것이다. 회사는 그런 리더가 키워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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