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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이라지만

의외로 괜찮아

by HoA Nov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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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쯤 북유럽 작가들의 소설에 한참 빠졌던 적이 있다. 스토리가 재미있었던 건 물론이고 작가들의 다채로운 이력이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있었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것, 심지어 그 직업들이 꽤나 이질적인 것이 신기했다.

그중 한 명이 '요네스 뵈'다. 그는 네메시스, 스노우맨 등의 해리 홀레 시리즈로 유명세를 얻은 스릴러 작가이자 경제학자, 저널리스트, 밴드 보컬까지 하며 갓생을 사는 사람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재주와 직업을 가진 사람의 세계관은 어떨까 궁금했고, 한 사람이 이토록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북유럽'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기도 했던 것 같다.


 어제 둘째 아이 학교에서 발표회를 한다기에 학교에 갔다. 방과 후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마술로 시작한 공연은 아이돌 댄스, 연극과 노래로 이어졌고 관현악 연주로 끝이 났는데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는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단돈 몇만 원이면 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악기를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두곡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실력으로 성장시키는 공립초등학교라니...

아이에 대한 대견함보다 더  크게  감정은 우리나라도 꽤 괜찮아진 것 같다는 안도감이었다.


 헬조선,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다고도 하고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사회인 것도 맞다. 초등학생에게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합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가 자신의 불안만 제어하면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은 교육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동물을 키우기도 하고 과학 실험도 자주 하고 로봇도 만드는데 그 수준이 결코 큰돈 들인 사교육에 뒤지지 않는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 모두가 의대에 가려고 한다지만 그것은 어쩌면 사회 현상의 단면일 뿐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똑똑해서 언젠가는 주입된 남의 생각 의심하게 되어있게 마련이다. 지나치다 싶으면 회귀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식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발전하고 성숙한 사회 인프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예술 교육을 일상에서 받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세상은 지금과 사뭇 다를 거라 생각한다.

 목수이자 화가, 수학자이자 건축가, 요리사이자 화학자 등의 다양하고 변화하는 개인이 자신의 오롯한 경험에 비추어 자기의 삶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나도 내 아이들도 "무엇이 되겠다."는 목표 같은 것은  없다.  꼭 무엇이 되어야만 삶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만, 그저 하고 싶은 것이 많고 그래서 배우는 것이 즐거운 그런 사람으로 같이 성장하며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음번 방과 후에 뭐 할 거야?라는 물음에 "나, 댄스 넣어주면 안돼요?" 묻고, "그럼 로봇공학은 빼?" 물으면

"아니, 둘 다 하고 싶은데?!"라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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