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꿈
결국 반복된 원을 몇 번 돌릴 수 있는지의 문제일 것이다. 당신은 그걸 수도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 어느 지점에서 난 멈춰 설 수도 있겠지.
내가 난파되었던 시절, 당신을 기어코 날 선택했고 우리의 미래를 알기에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던 끝에 결국 그 순간의 현재를 택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비가 그치길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빗속에서 미친 춤을 추며 나아갈 수 있었을까.
순간의 선택이 더 크게 나아갈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어주었다. 당신이라는 존재를 시작점으로 반지름의 끈을 조금 더, 또 조금 더 길게 늘일 수 있었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한 번쯤은 점을 찍고 돌아올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인식하고도 희미하게 웃으며 뒤돌아볼 수 있는 날에. 그럼에도 난 당신이 어딘가에서 행복했으면 한다. 꼭 원하던 곳에 도달해 결국은 자유로운 바람이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2023.04)
그리고 2년 후
멈춘 건 당신이었다.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젠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나의 걸음으로 햇살을 만들 수 있으니까.
(2025.06)
그가 마주한 문제 중에,
한 시라도 빨리 처리해 버리고 싶은 일 중에
가장 쉬운 것이 나였다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해졌다.
- sunny
하루가 태어난 3월이 지나고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4월이 오면 뭔가 미묘한 감정이 들어.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던 사랑이 다시 시작되었던 달이자 클로버의 사랑이 이번 생에게 안녕을 고한 계절.
그와 만난 지 2주년이 되던 날, 우리는 이리의 장례식장에 함께 하게 되었어.
이번 생에 한 번밖에 보지 못했던 그의 안녕이 어째서 그토록 나에게 미친듯한 슬픔으로 다가왔는지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몰라. 여전히 조심스러운 마음에 그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물어보지 못했는데도 말이야.
처음엔 그저 비슷한 상황에 대한 감정 이입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난생처음 겪어보는 깊은 불안을 겪는 동안 나의 가족도, 친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어. 당연해. 나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흘러갈 동안 묵묵히 늘 내 곁을 지켜준 건 그, 그리고 클로버였어. 그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했을 사람인데 말이야.
사랑이 흘러간 후에 남겨진 것들, 그 조차도 사랑이라는 클로버의 답.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폭풍우가 지나간 후, 함께했던 길에 갈림길이 나타났다는 걸 인정하는 것 또한 사랑이라는 답으로 다가오는 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