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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Aug 01. 2019

꼬물꼬물 짭짭 낑낑

D+3

다행히 부, 둥, 꿈, 공이는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막내 공이를 빼고 3일만에 90g이 늘어 현재 350g이다. 막내라 밀리는지 공이는 아직 290g밖에 안된다. 그래도 종일 꼬물거리며 엄마 젖을 찾아 죽기 살기로 돌아다니 젖을 찾으면 옆에서 짭짭 소리가 들릴 정도로 기운차게 젖을 빨아댄다. 어미견 달이는 종일 새끼들 젖을 먹이고 똥꼬를 핱아주고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힘들어 잠시 나와 있다가도 새끼들 낑낑거리는 소리만 들리면 쌩하고 달려 들어간다. 정말 대단한 모성애다.  네 마리에게 젖을 거의 하루 종일 물리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달이를 위해 닭고기와 소고기를 삶고 칼슘을 얹어서 아침 점심 저녁 끼를 챙겨 먹이라 정신이 없다. 거의 산모 몸조리 돕는 친정엄마의 시츄에이숀이다.  엄밀히 말하면 수컷, 송별의 마누라 김달이니 나는 시어매가 맞다^^


말이 나온 김에 송별이 얘기를 좀 해야겠다. 이놈은 정말 지새끼를 알아보나 의심스럽다.  암컷 출산 중에 수컷을 곁에 두어야 하는지 수의사에게 물었을 때 달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둬보세요라고 하더니.. 달이가 어찌나 으르렁대는지 별이는 출산 중에도 출산 후에도 근처를 못 오게 한다. 덕분에 천덕꾸러기가 된 별이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만 하는가 싶더니 둘째 날엔 달이가 근처에 오는 걸 살짝 허락하는 분위기다. 아빠견이니 새끼들이 궁금하겠지 했더니 웬걸 장난감 같은가 보다. 물고 나오질 않나 앙앙대며 깐족거리는 걸 보니 속이 터진다. 사람이나 개나 어찌 비슷한가 모르겠다. 심지어 밥 먹고 산책 가고 평소와 똑같은 별이에 비해 암컷 달이는 산책조차 거부한다. 평소에 그렇게 산책을 좋아하던 개가 집 밖을 나가기가 불안한지 엉덩이를 뒤로 빼고 산책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마음이 불안한 게다. 이렇게 제속으로 새끼를 낳은 어미와 구경만 하는 아비견의 극명한 대조를 보면 어쩔 수 없는 본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꼬물거리며 젖을 찾아 자유를 찾아 돌아다니는 네 마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낑낑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 가보면 집 밖까지 기어 나와 있더니 어제 밤에는 급기야 한 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헐 방안을 다 뒤져도 없다. 뭔 일이래?? 놀란 맘으로 부엌으로 나오니 세상에 싱크대 근처에 둥이가 누워있다. 어찌나 철렁한지 얼른 들어 집에 옮겨주었다. 눈도 못 뜨고 꼬물거리는 놈이 벌써부터 집을 탈출해서 세상을 탐험하다니 놀랄 수밖에..



보통 2주에서 3주 사이에 눈을 뜬다는데 종일 젖을 먹고 잠자고 꼬물거리는 요 녀석들을 쳐다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하긴 큰아들, 작은 아들을 낳은 지 너무 옛일이라 사람새끼 본지도 오래됐지만 나중에 손주를 보면 이런 기분일까? 그저 새끼들을 보면 기특하고 어미를 보면 애틋하고 짠하다. 다행히 두 아들 방학이라 낮에 내가 없는 동안에도 새끼들 옆에 찰싹 붙어 보살피고 밤에 잠을 자다가도 낑낑거리는 소리가 나면 벌떡 일어나 달려가니 걱정이 없다. 무엇보다 달이가 새끼를 알아서 잘 돌봐주어 얼마나 다행인지.. 지새끼를 돌보지 않는 개들도 상당히 많고 그런 경우 주인이 먹이고 재우는 건 물론 변을 싸도록 똥꼬를 자극해야만 변을 봐서 보통일이 아니라는 말에 어마나 걱정이 많았는지 모른다.


일단 지금은 어미견을 잘 먹여서 젖이 나오게 돌봐주고 쓰다듬어 주고 잘한다고 응원해주는 게 제일 중요한 주인의 역할이다.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보며 함께 커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번 여름은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여름휴가, 바다, 캠핑 뭐 이런 걸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 포기할 수 있는 사랑과 정이 충만한 두 아들에게 감사한다... 부, 둥, 꿈, 공이가 건강하게 커서 눈을 뜨고 멍멍거릴 그날까지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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