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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Aug 10. 2019

새끼견 눈을 뜨다

D+12


부 둥 꿈 공이가 탄생한 지 벌써 12일째다. 놀랍게도 막내인 공이가 열흘 되는 날 제일 먼저 눈을 떴다. 태어날 때부터 제일 작게 태어난 막내가 젖 먹을 때도 식탐 많은 오빠들 부 둥이에 밀려 뒤에 있어 늘 마음이 아팠는데 답답한 마음에 눈을 떴나? 암튼 막내 공이 그리고 꿈이, 둥이 순서로 거꾸로 눈을 뜨고 정작 첫째는 아직 눈도 못 떴다. 역시 힘세고 배부른 견보다 궁하고 답답한 개부터 눈을 뜨나 싶다. 아직 멍한 눈에 초점이 없고 뭔가 보이지는 않는 눈치지만 감았던 눈을 뜬것 만으로도 세상에 더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다.


살포시 눈을 뜬 공이
첫째 부에 비해 함참 작은 막내 공이


폭염에 푹푹 찌다 보니 어미견 달이도 젖 먹이기 힘든지 자꾸만 마룻바닥에 혼자 드러누워 있어 마음이 아프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북엇국을 끓이고 소고기 닭고기 열심히 먹이는 것뿐이다. 이 더위에 네 마리나 되는 놈들 젖 먹이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젖을 먹여 본 사람은 안다. 애 하나 젖 먹이기도 고달팠던 나의 산후 고통을 떠올리며 달이를 챙길 수밖에 없다. 그런 나를 보며 왜 나는 안주냐는 원망의 눈빛을 보내는 아빠견 별이에게 큰 아들 한소리 " 억울하면 너도 젖을 먹이던가??" ㅋㅋ 뭐 그런다고 알아들을 리는 없지만 달이에게 쫓겨나 혼자 왕따가 된 별이를 보면 왠지 짠해서 북어 국물이라도 좀 건네주며 달랜다. " 별아, 달이가 젖 먹이느라 얼마나 힘들겠니? 새끼들 먹여야 하는 거니깐 네가 이해해라..." 하면 그저 묵묵히 발아래서 잠만 자는 별이를 보면 또 안됐다. 어쩌다 새끼들 근처에서 한번 핱아줄라치면 으르렁대는 달이때문에 새끼들 근처도 못 가고 적정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  그런 별이가 불쌍한지 가끔 달이가 새끼들 두고 나와 별이 옆에서 한숨 쉬고 있는 걸 보면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공이를 지켜보는 별이
별이 옆에 쉬고 있는 달이

새끼를 지키는 본능에 충실한 건 사람 엄마나 개 엄마나 다르지 않다. 그런 엄마들을 보며 아빠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삐지기 일쑤다. 새끼들이 조금 커서 '아빠 아빠' 해야 그제야 저게 내 새끼구나 하고 아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똑같다. 우리 별이도 새끼들이 눈을 뜨고 '멍멍 아빠빠' 짖어대고 네발로 걸어 다니며 장난을 칠 때쯤이면 아빠 노릇을 하려나? " 이놈들, 정신없다. 그만 좀 짖어대고 뛰어다녀라 멍"  아직은 이웃집 새끼들 구경하듯 관찰 중인  별이가 아빠 노릇을 할 날이 곧 오겠지 하고 기다려 볼 수밖에...



아빠견 별과 대조적으로 엄마견 달이의 대변신은 반전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 정말 '엄마'가 돼버렸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별명이 '그랜드개년' 이었는데 ㅋㅋㅋ.. 임신 중 요조숙녀를 지나 이제는 '현모견'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출산직후 처럼 예민하게 새끼들에 반응하지는 않지만 힘들면 나와 쉬다가 다시 들어가 젖을 먹이고 또 힘들면 슬쩍 나와 잠시 쉬는 패턴이다. 그래도 이젠 산책도 가고 신나서 뛰어다니는 걸 보면 컨디션이 많이 회복된 듯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두 오빠 따라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동네 산책을 하고 별이에게도 덜 까칠한 게 심신이 안정된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몸매를 보면 어찌 사람이나 비슷한지... 철없이 날뛰는 수컷의 멋진 몸매 달리 축 처진 뱃살과 젖이 한물간 아줌마의 몸매다. 그걸 보고 큰아들은 " 달이 배가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하고 걱정한다. " 흠.. 아들아!! 한번 늘어난 배는 원상복귀가 안되는 걸 모르는구나.. 나중에 와이프 출산 후 탤런트들처럼 원래 몸매로 돌아가라고 하지 말거라. 스트레스다. 왕짜증 난다. 누군들 옛날 몸매로 돌아가고 싶지 않겠니?? 하지만 늘어난 뱃살과 젖을 신경 쓸 새 없이 새끼들 챙기며 사는 게 엄마의 삶이란다. 달아!! 별이가 몸매 탓하면 차 버려라 마! 지 새끼 낳는라 처진 배 보기 싫다 하는 건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런 개는 필요 없다고 버려버려.. 알았지? "


어쩌다 보니 개인지 사람인지 구분 못하고  감정이입이 돼버다^^ 동물을 동물이라고 우습게 보는 인간들은 지가 동물인 줄 모르는 인간인 게야. 아무튼 " 별아, 달이 아껴주고 무조건 달이 말 잘 듣고 보살펴 줘라. 그게 동물세계에서 수컷이 살아남는 방법이란다. 달아, 너를 응원하는 시애미(?)가 있다. 힘내!" 아빠견 별, 엄마견 달이가 만들어 갈 犬 life가 기대된다.  부 둥 꿈 공이가 독립하기 전까지 우리 다같이 행복하자! 얼마 안 남았다. 사랑하자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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