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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Aug 19. 2019

네발로 일어서다

D+21


오늘로 부 둥 꿈 공이가 태어난 지 꼭 3주가 되었다. 몸무게도 많이 늘고 기운이 세지면서 며칠 전부터 앞발을 짚고 일어나 배를 밀고 다니더니 그제부터는 첫째 Boo가 제대로 네발로 일어선다. 바닥이 미끄러워 자꾸만 마이클 잭슨처럼 뒤로 가는 재주를 부리길래 바닥에 스펀지 돗자리를 깔아 주었더니 이젠 제법 일어나 걸어 다닌다. 역시 잘 먹고 힘이 좋은 부와 둥이가 제일 잘 걷고 아직 기운이 약한 꿈이와 공이는 간신히 일어나 한두 발 떼다가 주저앉는다.



어젯밤에는 네놈을 강아지 아기띠에 안고 공원에 밤 산책을 다녀왔다. 엄마 뱃속에서 출렁거리고 다닌 게 익숙해서인지 네놈을 포개 안고 돌아다녀도 낑소리 한번 안 내고 잘잔다. 그러다 밖에 소리가 나면 궁금한지 한두 놈이 꼬물꼬물 기어 나와 고개를 내밀고 세상 구경을 한다. 둘째 아들은 아직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 나왔다 큰일 난다고 난리지만 " 엄마는 네들도 다 그렇게 키웠거든! 너무 싸매고 조심조심 안절부절못하며 키우기보다는 조금 강하게 키웠어도 여지 크게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쑥쑥 잘 컸으니 걱정 마. 나중에 네 새끼 낳으면 호들갑 좀 제발 떨지 말고~~" 그렇게 한소리를 하며 씩씩하게 네마리 매달고 꿋꿋이 산책을 마쳤다.



지난주에는 아기 강아지를 보러 오신 방문객이 무려 다섯 분이나 돼서 엄마견 달이가 긴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손님들을 맞아 주었다. 역시 호들갑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새끼들을 돌보는 의연한 엄마다^^ 덕분에 새끼 강아지를 처음 보는 꼬마 아가씨부터 엄마, 아빠, 이모 두 분이 부 둥 꿈 공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푹 빠져 있다 가셨다. 개를 좀 키워보신 프로 이모가 엄마견 달이를 위해 사다주신 황태포와 꼬마 아가씨의 간식까지.. 덕분에 우리 달이는 몸 모신 제대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기들 넷 젖을 먹이는 게 힘든지 달이 허리가 잘록하고 뼈가 보일 지경이라 마음이 안쓰럽다. 요즘은 힘든지 젖 먹이는 횟수도 줄고 애기들은 달려드는데 슬슬 도망가기 일쑤다. 이번 주 후반부터 이유식을 시작할까 했는데 아무래도 조금 일찍 시작해야 할 듯하다. 강아지 사료부터 사러 가야겠네 오늘.


무럭무럭 잘 커주는 강아지 네 마리 돌보느라 방학을 다 보낸 둘째 아들은 드디어 개학해서 학교를 갔고 큰 아들은 내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출생부터 3주간의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두 아들도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고 네 마리도 곧 주인을 찾아 떠나려나.. 앞으로  부와 둥이를 씨애틀과 제주도로 보내고 꿈이까지 보내  꽤나 허전할 것 같다.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사는 게 최선 이리라 믿으며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본다.  개들이 눈에 밟혀 내일 일본으로 돌아가는 큰아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할 듯.. 힘내라 큰아들. 엄마가 잘 돌봐줄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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