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달이가 아기들을 출산한 지 30일째다. 달이 에게 마지막 남은 칼슘제와 마지막 북엇국을 먹이다 보니 왠지 마음이 짠하다. 달이가 출산 후 그 더운 여름 동안 아기들 넷에게 젖을 먹이고 뼈가 앙상하게 보이는 등과 축 처진 배와 가슴을 출렁거리고 다닐 때도 지금도 참 대견하고 안됐다. 가끔은 새끼들을 피해 혼자 베란다에 가서 쉬고 있는 모습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지 허겁지겁 밥을 먹어대는 모습에도 자꾸만 동병상련의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이십 년 전, 큰 아이에게 젖을 먹이느라 종일 헝클어진 머리로 기운 없이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미역국 하나만 질리게 먹으며 살아야 했던 삼칠일이 떠올라서일까? 세상에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모든 엄마들이 그때를 떠올리면 같은 마음이겠지. 아기는 예쁘지만 나는 누구? 여기서 뭐 하고 있지? 하는 어색했던 시간들.. 그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20년 동안 지극 정성으로 돌봐서 키워낸 아이가 성인이 되어 독립하고 나서 느끼는 허전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지. 큰아들을 다시 일본에 돌려보내고 지난 열흘간 기운이 없고 입맛도 없어 개만 쳐다보며 지냈다. 가을비가 내리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왠지 마음이 허전하고 몸도 천근만근이고 말이야. 여름 동안 두 아들 뒤치다꺼리에 새끼 강아지 네 마리까지 돌보다 보니 시간이 어찌 간지 모르게 가버렸고 이제야 심신이 좀 쉬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나 보다.
너도 그렇지 달아? 네 마리 아기들에게 젖을 먹이며 너의 모든 걸 빨리는 그런 상태라는 걸... 난 알고 있단다. 가끔은 나도 개라고요, 사랑받고 싶어요 하는 눈빛으로 배를 보이는 너를 보면 안쓰러워 쓰담 쓰담하게 되고 너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곤 하지. 막상 나가면 넌 또 멀리 나가는 게 불안한지 조금 가다 뒤를 돌아보며 집으로 가자는 신호를 보내. 그런 너를 보면 참 대견하고 안쓰럽단다. 엄마도 그냥 개이고 싶은 마음, 엄마도 그냥 여자이고 싶은 사람의 마음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야.. 하지만 자식이 독립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엄마처럼 너도 좋은 주인에게 아기들이 입양돼 가기 전까지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주기 바래. 그래야 후회가 없지. 알았지??
아기들이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다. 지들끼리 물고 자빠지고 놀기 바쁘네. 자는 모습은 천사고 말야. 달아 별로 하는 일 없는 아빠견 별이 구박하지 말아. 그냥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평범한 아빠려니 생각해. 다 그래 사람도.. 그저 아기들이 커서 아빠 하면 그때 네가 내 새끼구나 한다고. 그냥 엄마인 네가 참고 견뎌 내다 보면 다시 평화롭게 사랑받고 살 날이 올 거야. 언제가 될까? 넌 두 달만 키워도 아기들 독립시킬 테니 이십 년씩 아니 평생 엄마 노릇만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낫다 얘. 앞으로 한 달 파이팅하자! 멋진 엄마견 달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