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둥 꿈 공이 엄마와 떨어져 밤에 따로 잔 지 벌써 일주일.. 여전히 새벽에 두 번씩 일어나 낑낑거려서 덩달아 나도 새벽에 일어나 이유식을 먹이고 똥오줌을 치운 뒤 20분 정도 놀아주다 잔다. 그러다 보니 잠을 설쳐서 나도 모르게 점심 먹고 오후가 되면 나른하게 졸음이 쏟아진다. 언제쯤 되면 아침까지 쭈욱 자려나... 조금만 낑낑거려도 잠귀가 밝은 내가 잠을 못 잘 판인데 거의 동물원 원숭이들 꽥꽥거리는 수준으로 소리를 질러대니 모른 체하고 잘 수도 없다. 그래도 엄마 대신 아쉬운 데로 내 팔을 베고 잠이든 아기들을 보면 예뻐서 그냥 다 용서가 된다^^
형제들끼리 씨름도 하고 물기도 하고 잘 놀고 혼자서도 잘 논다. 공 굴리기를 하며 혼자 노는 걸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 그냥 천사 같다. 우리 아들들 애기 때 모빌 보며 방긋거리는 얼굴만 봐도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래서 요즘 젊은 부부들이 아기를 낳는 대신 반려견을 키우나 보다. 아기를 낳고 키우는데 필요한 노력보다는 확실히 반려견을 키우는게 수월하지만 아기를 키우는 재미와 행복을 대신 얻을 수 있어서 말이다.
하지만 두 아들을 낳아서 키워본 엄마 입장에서 자식 대신 반려견을 키우는 건 반대다. 그건 마치 개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에 어떻게 개를 키워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개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개를 보살피는 과정이 힘든 것만 생각하고 겁을 내서 절대로 개를 못 키운다. 하지만 키워본 사람은 반려견과 함께 하는 기쁨을 알기에 힘들어도 감내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식을 낳아서 20년 동안 키웠지만 끝없이 돈이 들어가고 끝없이 나의 관심과 사랑, 보살핌을 필요로 하니 때론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기어 다니던 아기가 뛰어다니고 유치원을 가고 학교를 가고 졸업하고 군대를 가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사는 걸 보며 평생 느끼는 행복감이 얼마나 클지는 낳아보지 않고 알 수 없다. 물론 아이를 갖지 않고 대신 부부 둘만의 시간을 즐기고 반려견과 함께 행복하다면 그 또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사는 방법이 다르니 누가 옳고 그르다 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개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평생이 결정되고 사람은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금수저를 물고 살기도 하고 개보다 못하게 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빈부의 격차가 끝없이 벌어지고 가진 자의 특권이 커지는 세상에서 반려견도 부의 상징이 되어 주인 따라 몸값+관리비가 오르는 세상을 보면 참 답답하다. 얼마 전 강남의 잘 나간다는 반려견 유치원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개를 위한 공간인지 주인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공간인지 의심스러웠다. 프리미엄 회원권이 50만 원부터 3천만 원까지 구분되어 있는 걸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 곳에 있는 개는 과연 더 행복할까? 개를 키우며 하루 종일 365일 함께 할 수 없을 때 유치원이나 호텔에 임시로 맡기는 목적은 안전하게 행복하게 보살펴 달라는 것인데 으리으리한 시설에 땅값에 인건비에 돈을 쓰고 정작 개를 위해 닭장 같은 케이지를 주면서 프리미엄 회원권이 필요한 걸까?
물론 그런데도 있어요?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나처럼 개는 그냥 개답게 키워야 한다는 무식한(?) 사람도 문제지만 정말 개를 위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개를 위해 개가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는 개통령 같은 분들의 교육을 좀 받아야 할 것 같다. 외국은 견주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던데 우리나라도 그런 시스템이 좀 만들어지면 좋겠다. 어쨌든 내 보기엔 강남의 럭셔리 유치원 개들보다 허름한 우리 집에서 뒹굴 거리고 있는 우리 개들이 훨씬 행복해 보인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걸.. 개들은 아는데 사람만 모르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