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일요일 밤, 침대에 누우며 알람을 확인하고 월요일 아침 단잠을 깨면서 겨우 화장실 거울 앞에 선다. 정신이 들 때쯤엔 코트를 손에 들고 가방을 휘적거리며 지하철역으로 뛰어가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위치를 확보하며 버팅기던 지하철에서 튕겨져 나온 뒤엔 늘 그랬듯 커피를 손에 쥐고 사무실에 들어선다.
내가 기억하는 월요일 아침은 거의 그런 모습이었다.
퇴사한 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월요일의 존재감이 이렇게 생생한데 그 생활을 매주 이어가던 '직장인이었던 나'는 넘치다 못해 포화된 도시의 생명력을 매주 일요일 밤부터 상상하며 공포에 떨었을 수밖에.
월요병에 대한 내가 찾은 단 하나의 치유법은 퇴사다.
직장을 다니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월요병이 치유되었다. 월요일이 싫지 않고 오히려 기다려진다. 한주를 게으르게 보내고 루틴이 엉망으로 꼬일 때마다 월요일만 되면 리셋 버튼을 누르듯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끔찍했던 월요일이 선물같이 느껴지다니.
테스트로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때문에도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주말보다 월요일이 오면 조회수가 확실히 많이 발생한다. 아마 주말 동안 업데이트 된 내용들을 확인하느라 접속량 자체가 많아서일지도. 월요일을 기준으로 주간 통계가 새롭게 전환되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리프레시가 된다. '이번 주도 새롭게 열심히 한 번 가보자' 같은 마음으로 동력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게으르게 흘러간 주간이면 오히려 주말과 공휴일이 오는 게 싫어졌다. 다들 부지런하게 전쟁 같은 평일을 보내고 달콤한 휴일을 맞는데 나는 누릴 자격이 없지 않나. 어쩔 수 없이 약간은 울적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스스로를 억지로 책상에 앉혀 미뤄둔 일들을 해치우듯 해나간다. 누적된 것이 많을수록 고단해지고 휴식시간이 없어진 만큼 일요일까지 피로가 이어진다. 정확한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일들이 많다 보니 하루 일과를 제때 해나가는 게 중요한데 그러지 못하면 주말까지 과업이 이어져버리는 것이다.
사실 매일 아침, 새로운 태양이 뜬다고 하듯이 날마다 새롭게 주어진 일상을 감사하면 되는데 그게 마음처럼 참 쉽지가 않다. 하지만 한 주는 다르다. 어제와 오늘은 비슷할 수 있지만 저번 주와 이번 주는 완전하게 다르다. 그러니 한 주의 좋은 시작과 마무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회사를 가게 돼도 지금처럼 월요일을 좋아할 수 있을까. 꼭 월요일이 아니더라도 한 주마다 일상을 살피고 새로운 준비를 갖출 시간. 재정비를 할 여력을 만드는 시간. 가지런히 시간을 정렬해놓고 돌볼 수 있는 날들. 그리고 기꺼운 마음으로 리셋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날은 꼭 설정해둘 것이다.
모르지, 다음 주는 정말 엄청난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