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검정 Mar 10. 2024

점은 언젠가 내가 됩니다

점은 선이 되고 선은 면이 되어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 즐거움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살면서 여러 번 떠올리게 되는 문장들이다.

고흐가 계속해서 수채화를 그리게 했던 원동력은 뭘까.

가끔씩 궤도를 이탈해 달리고 있는 건 아닌가 자각이 들면 공포에 가까운 불안이 생길 정도로 마음이 서늘해지고는 한다. 악수를 두고 있으면 어쩌지.


늘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짤 때는 마음이 즐겁다. 몸이 가벼워지고 벌써 뭔가 이룬 것 같이 꽉 찬 기분이 든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공감을 일으키는 걸 보면 꼭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곤 했던 고흐조차도.


하지만 목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막힌 부분이 뚫린 기분이었다.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시스템. 목표까지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사이클. 올해 작은 루틴들에 포커스를 두고 집중하고 싶다 생각한 결심이 어쩌면 무의식 중으로 내가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살면서 겪어 온 수많은 크고 작은 실패들은 시스템의 문제였을 수 있겠구나. 유지하기 힘든 버거운 시스템이었거나 너무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있는 목표를 위한 시스템이었거나. 


천천히 선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다 점을 찍고 있었을 뿐이구나. 가끔 엉뚱한 곳에 찍기도 하지만 촘촘하지 않은 점이라도 멀리서 보면 선으로 이을 수 있다. 이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면이 되고 내가 되겠지. 어른이 되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결과의 총합이 나라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는 점점 선택이 조심스럽다. 이 선택으로 인한 결과가 내가 원한 것에 가깝지 않게 될까 봐 무서워지곤 한다.

좋은 표현으로는 신중해지는 것이고 나쁜 표현으로는 망설이는 일이 많다.


30대는 참 많은 것을 알아가는 나이다. 그래도 뾰족하게 두드러지는 점들이 있어 다행이다. 취향이 생기고 절대로 하기 싫은 것들을 알게 된다. 바짝 마른 감수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축축하게 설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안정감과 편안함이라는 평생 이해할 수 없던 감정들을 이해한다. 어색한 상황들을 여전히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그 조차 아름다운 부딪힘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때도 생긴다.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느끼고 알게 된 것만 흡수하고 충분히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에 남은 삶에 대한 기대도 지난 삶에 대한 보상도 갖게 된다.


그러니 나도 더 열심히 점을 찍어야지,

계속해서 노력하면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이해하는 일은 늘 새롭고 즐겁다! 


이전 07화 월요일이 좋아졌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