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의 높이는 내가 정하는 겁니다
뜻밖의 캠핑 뽐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유전적으로 신경전달 물질인 아난다마이드(anandamide)가 부족하다고 한다.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세계 76개국 가운데 뇌의 행복전달물질인 이 아난다마이드의 분비량이 다른 민족에 비해 45%나 낮은 수치로 가장 적단다. '유전적으로 행복해지기 어려운 민족'인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소유와 성취를 통해 행복에 가까워지려 한다고.
더 흥미로운 것은 뚜렷한 사계절과 반도 특성상 전쟁이 빈번했던 역사적 이유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했음이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민족적 특성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과연 광복 이후 최단기간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답다.
그와 동시에 부동의 자살률 1위인 나라.
이것에 유전적인 원인이 있었다는 말인가? 자기 계발 분야 도서가 항상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유독 우울증을 경시하며 정신력을 타박하는 나라인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 지친 기운이 스쳐가던 얼굴들을 떠올리고 한없이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질주와 포기 사이 어디선가 잠시 부유하고 있는 요즘 나의 독서 취향도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도서 대출 권수 제한 3권 중에 꼭 한 권은 <자랑의 기술>이나 <마흔이 되기 전에> 같은 자기 계발서가 끼어있다. 보통은 반도 읽지 못하고 반납하지만. 숨을 고르고 걷고 있는 나도 그런데 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질주하라고 날아드는 채찍질을 뭘로 견뎌내고 있을까.
'집안에만 있으면 생각을 천장만큼만 하게 된다.'
최근 들은 말 중에 제일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부터는 잘 때 천장을 바라보고 눕는 것조차 어려워 모로 눕게 되었다. 그렇다고 소유와 성취에 의욕이 끓는 것도 아니었다.
평균을 넘어서라, 성공 공식을 배워라, 은행 잔고를 늘려라 같이 피로도 높은 성장 요구성 멘트는 아니었지만 생각할수록 괘씸한 말이다. 시스템의 부재를 인식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인의 역량과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는 분명 건강하지 않다. 그래서 아난다마이드의 양이 적고 유전적인 영향이 어떻고 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대는 것조차 '타고난 게 이러니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변명처럼 느껴진다.
날이 풀리면 조만간 천장을 뚫으러 나가야겠다. 요즘 아웃도어 비수기여서 캠핑이니 백패킹이니 미뤄두기만 했는데 천장 대신 하늘을 보고 자야 할 시즌이 온 것 같다. 내 천장의 높이는 어차피 내가 정하는 거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자연 속에서 나는 자유롭다. 성취와 소유에서 오는 만족 대신 천장없는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쪽을 선택하겠다. 갖은 방법으로 개인의 삶을 재단하려 드는 이 사회에서 무기력한 수동태가 되버릴 수는 없지. 결정권은 내 손에 쥐어져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