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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정규직에 실패했다

한국 나이 서른셋을 앞둔 한 취준생 이야기

by 권태엽 Dec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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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 그리고 오늘 나를 정말 나락의 구덩이로 빠뜨릴 만한 실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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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 나는 1년 넘게 일하던 회사에서 나와 이틀 만에 다른 회사로 옮겨갔다. 그 전 회사는 나름의 의미를 찾으며 일했지만 안정적이지 못한 고용 형태가 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규직 최종면접을 2번이나 봤지만 실패했었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곳이었고 나는 다른 미래를 꿈꾸며 도전을 선택했다.


6주 간의 채용연계형 인턴이었다. 작년의 정규직 전환률을 대충 계산해보니 75%에 달했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이번에는 진짜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턴면접 결과가 나오고 이틀 만에 인수인계를 마치고 도망치듯 떠났다.


6주는 짧지만 길었다. 우리는 인턴 10명으로 구성된 3개의 조로 나뉘어 있었다. 각 조가 독립적으로 움직였고, 조끼리 교류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턴 근무 끝을 며칠 앞두고 회사에서 직원들만 참석하는 행사가 있어 우리는 오후 일찍 퇴근했다. 나는 별다른 계획 없이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한 직원분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알고 보니, 나를 제외한 9명의 인턴이 퇴근 후 모였던 것이다. 대부분은 일찍 귀가했지만 몇몇이 낮술을 마시다가 문제가 생겼고, 그 사실을 직원 몇 명이 알게된 모양이었다. 나는 그때서야 그들이 모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 조의 한 명이 나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었다. 그 사람은 사회생활 경험이 없던 20대 후반의 남자였는데 내가 이유를 묻자 같이 있으면 불편해서 그랬다고 대답했다. 우리 조의 나머지 두 명도 그 행위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그들에게 뭘 한 건 없는데. 내가 나이가 인턴 중 가장 많고, 시종일관 땀을 흘리는 게 불편했던 걸까. 내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그랬던 걸까. 다른 조 사람들에게는 날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말은 안 하고 단순히 못 온 것처럼 둘러댄 것 같았다.


술자리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나는 인사팀 인턴 담당자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인턴끼리의 교류 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회사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지만, 회사 밖에서의 술자리 문제는 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결국 모든 인턴이 경위서를 작성해야 했다. 조원들은 내게 사과했지만 나는 그들이 진심으로 미안한 건지 아니면 걸려서 미안한 건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남은 며칠을 그들과 한 공간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도 고역이었다. 내가 그들과 대화를 피하자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대화하며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아니,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다른 조의 사람들도 다 나만 빼고 어울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대로 있으면 회사 생활을 이어가도 답이 없을 것 같았다.


마지막 날, 전체 인턴과 인사팀 담당자가 모인 자리에서 나는 입을 열었다. 이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니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 최종 면접을 봤고, 오늘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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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발표된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75%의 확률에서 아예 직장이 처음인 대학 졸업예정생들도 있는 가운데 내가 떨어진 것이다. 이번만큼은 될 거라고 믿고 싶었던 기대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묻고 싶었다. 그 일 때문이냐고. 왜 당한 내가 떨어져야 하냐고. 인턴 생활 중 느꼈던 외로움은 면접 결과 통보를 받은 순간의 좌절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틀 만에 떠나온 이전 직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난 이제 어디로도 갈 수가 없다. 


나는 또다시 정규직에 실패했고, 또다시 백수가 됐다. 이제 20여일이 지나면 나는 한국 나이로 서른셋이다. 내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일까. 과연 내가 원하는 곳에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이 사회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어디서 다시 신입사원으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든다. 대기업들도 채용을 다 줄이고 있다는 이 시대에 나는 신입으론 너무 많은 나이에 채용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지금 잠시 무너져있지만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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