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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수 Oct 12. 2020

프롤로그 | 죽고 난 후 주어지는 하루에 대한 이야기

이 세계는 죽고 난 이후에 삶을 정리할 수 있는 하루의 시간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세계다. 어디에서 어떻게 죽었든, 모든 사람은 24시간이 지나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 전까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한 채 살아 있는 사람과 동일한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다. 죽은 사람에게는 산 사람과 구분되는 표식이 생기게 되는데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흰색 고리의 빛이 바로 그것이다. 하여, 이 세계에는, 산 사람의 돈이나 죽은 사람의 돈이나 똑같은 돈이므로, 죽은 사람을 고객으로 하는 여러 사업들도 존재하는데 한 예로 죽은 사람들만 이용하는 생필품점, 식자재 마트, 서점 등등이 그것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하루라는 시간.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전적인 책임과 권한은 당사자에게 있다. 자신의 생을 정리하든, 아니면 그냥 보통의 날처럼 보내든 선택은 자유다. 이 시간은 산 사람의 시간과 동일하게 흐르며, 검은 옷의 저승사자가 찾아오면 그의 육체는 그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에서 시체로 남는다.



  

나의 탄생에 대한 기억은 뇌 속의 뉴런 세포에는 저장되어 있겠지만 지금의 내가 인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죽음은 다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기에 죽음 자체에 대한 경험을 내가 미리 알 수는 없다. 허나 그것이 나에게 현재 닥쳤을 때 나는 분명히 느끼고 보고 알게 될 것이다. 

죽는다는 건 개개인의 일생에 엄청난 이벤트지만,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점에서 죽음은 평범하다. 죽음의 평범성. 이 소설은 그런 대단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죽음을 맞이한 열 명의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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