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6명의 작가, 그리고 6개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색을 가진 삶과 시간을 항해했다.
함께 넘나들었던 인문학의 바다에서 우리는 저자의 삶을 만나고, 등장인물의 삶에 공감했으며, 때로는 우리의 삶을 마주치기도 했다.
의사이면서 작가로 활동했던 N잡러 ‘서머싯 몸’의 모습은 부캐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으며, 가난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야만 했던 <레 미제라블>의 팡틴의 이야기는 지금 누군가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자유를 위해 투쟁한 수많은 레 미제라블들의 함성, 수용소에서 이반 데니소비치가 보여준 자유의 결핍은 때로는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관계없이 지속되는 가치가 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진정한 행복,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스크루지 영감을 보며 마음 한편이 콕콕 찔려오지는 않았는가? 아마 작품을 읽으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을 외쳤던 유구한 후회, 그리고 실수를 반복했던 나의 역사를 되돌아보지 않았을까.
친절한 유령들의 도움으로 시간을 돌이키는 행운을 얻은 스크루지 영감에게 무언가 알 수 없는 부러움의 감정까지 느꼈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함께 했을 듯하다.
알파와 델타, 감마로 철저하게 나뉜 <멋진 신세계> 속 계급 사회는 자본이라는 계급사회를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기만의 방>에서 그려낸 셰익스피어의 누이를 상상하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한 많은 이들의 지나간 시간을 위로하기도 했으리라.
글, 특히 인문학이 가진 힘이자 매력의 원천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인간의 본성'을 때로는 처절하리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때로는 그 안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는 것.
더불어 변하지 않는 인간 세상의 모습, 그리고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들을 책 한 권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커다란 행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백 년 전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존재는 지구상에 인간이 유일하니 말이다.
그런데 인간의 이야기를 접한다는 것, 세상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다양한 시선을 느낀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인문학 여행의 한 챕터를 마무리하며, 이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답은 결국 자본주의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에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돈을 버는 것도, 투자를 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자 '사람'에 대한 일이다.
부동산 버블을 일으켰던 사람의 심리, 맛집에서 줄을 서는 사람의 심리, 나도 모르게 구매 버튼을 누르게 하는 비법에 이르기까지 자본의 모든 길은 결국 사람을 통하고, 사람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내가 등장인물이었다면?' '내가 동일한 상황이었다면?' 등의 생각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몰랐을지도,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알아가고 받아들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을 알고, 시대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과 삶의 방정식을 알아간다는 것은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 엄청난 힌트를 얻는 것과 같다.
그 힌트를 얼마나 현명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는지는 책장을 펼친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한 권의 책이 당장 우리의 삶을 바꾸지는 못할 수 있다.
고전 소설 한 권으로 당장 부자가 되는 실마리를 잡을수는 없지 않겠는가.
다만 인문학이 가진 힘은 '사람'을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는 것.
나를 돌아보고, 나를 알아가며 삶의 기준점을 만들어 가는 그 시간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이 존재하는 자본주의사회를 조금 더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남들도 다 사는데 지금 이 종목을 사볼까?'
'계속 떨어지니 불안한데...이 시간이 과연 지나갈까?'
잔고 앞에서, 등락하는 차트 앞에서 하염없이 작아지고 흔들리는 마음.
그 마음을 다잡고 나만의 기준점을 만들어가는데에 인문학은 분명 큰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모래 위에 올린 성은 아무리 훌륭해도 오래 가지 못한다.
나만의 철학과 방법, 시선이 없는 투자는 결국 모래 위에 지어진 성과 같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인문학이라는 튼튼한 기반 위에 투자의 성을 지어나간다면, 그 성은 오래도록 나의 삶과 미래를 지켜줄 것이다.
기준과 철학이 있는 사람, 스스로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사람은 다르다.
삶을 대하는 태도도, 투자에 대한 생각도 말이다.
이제 우리도 달라지자.
그리고 그 길에 인문학은 누구보다 좋은 선생님이자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어질 두 번째 인문학 여정에서는 '돈' 과 '자본주의'에 대한 인간의 심리와 시선을 보다 직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함께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여정이 우리 모두의 인생을 아름답게 색칠하는,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열쇠를 거머쥐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