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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May 18. 2023

7_해피엔딩을 원해요

_나는 왜 쓰는가

그것은 일종의 실험 같은 것이다.


 지난 이 년여간 거의 매일아침 A4 한 장의 글을 쓴 후 출근을 하고 있다. 아니 A4 한 장 분량의 페이지를 글자로써 채운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작정하고 어떤 주제를 가지고 쓴다기보다는 그 시간의 감정을 흘러가는 대로 서술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용은 있으되 형식은 없다. 그리고 사소한 오타는 수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퇴고의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그렇게 매일 아침 약 30분의 시간을 글과 마주 한다. 그것은 아마도 글을 쓰는 일이라기보다는 나의 감정을 마주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 시간 속에서 나의 감정을 만나고 그 감정에 대해 A4 한 장만큼 들여다보는 것이다. 한 장에 담긴 글로써 외면되거나 내버려 두면 흘러가 버릴 수 있는 사소한 감정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어느 날은 분하거나 억울한 감정들을 잊지 않으려 애써 세세히 적어 보기도 한다.


 '이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래',

 '오랫동안 그것에 대해 생각할 거야' 그럴 땐 다짐하듯 디테일을 살려 꾹꾹 눌러쓴다.

 또 하루는 풀리지 않는 일들을 깊게 생각하게 함으로써 실타래의 매듭을 찾기도 한다. 곱씹어야 할 것들은 철저히 씹어 삼키도록 만들어 주고 흘려보내야 할 것들에게는 물꼬를 터주어 해방감을 선사한다. 이렇게 글쓰기는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번갈아가며 맛보게 한다. '나'라는 한 사람의 빈 양동이를 채우는 일이다.


 출근 전 30분 정도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약간의 틈을 찾아낸다면 가능한 일이다. 필요는 발견을 낳는다고 했다. 불가능해 보이던 글쓰기 시간을 만들게 된 것은 직장을 다니며 소모되어 가는 나를 발견한 어느 날부터였다. 그날 질문은 나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만약 내가 이런 상태로 계속 살아간다면 결국에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갑작스레 떠오른 질문으로 머릿속은 나날이 더 복잡해졌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이 실험은 시작되었다. 실험도구는 '아티스트 웨이_줄리아 캐머런'이라는 책에서 발견했다. 이 책은 일종의 자기계발 서적인데,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아침 글쓰기 '모닝 페이지 Morning Page'라는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과 격려가 페이지 곳곳에 숨겨져 있다.


'나는 막막함에서 빠져나와 그 창조적인 힘에 온몸을 던지는 법을 깨달았다. 그저 원고지를 앞에 놓고 들려오는 것을 받아 적는 법을 알게 되었다.'
 /아티스트 웨이_줄리아 캐머런


그냥 그렇게 약간의 시간을 글쓰기로 할애하는 실험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아티스트로 되살아나가기 위해서는 형편없는 아티스트가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당신이 초보자임을 인정하고 기꺼이 형편없는 아티스트가 됨으로써 진정한 아티스트가 될 기회를 얻는다.‘
 /아티스트 웨이_줄리아 캐머런

누군가 내게 묻는다.

너의 책은 언제 출판되느냐고 그리고 글은 써서 어디에 써먹느냐고. 하지만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이렇게 계속 글을 쓰며 시간을 지났을 때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볼 뿐이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에게 글쓰기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곧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명상하듯 써 내려가는 글쓰기는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쓸모에 집착하지 않는 독립적인 글쓰기는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무엇을 위해 존재하기보다 주체로 존재하다는 것.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다른무엇으로 변화해야하는 것만큼 좌절스러운 것이 있을까.


그 후로는 ‘이렇게 계속 글을 써 나간다면 10년 후 나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그 호기심을 끈질기게 쫓아 실천해 보기로 한다.

글쓰기를 하며 10년을 보낸 나와 그렇지 않은 나를 비교해 보는 이 실험은 쓰지 않고 지내온 내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에 달라진 부분에 대해 타인에게 무어라 설명할 방법은 없다.

아마도 혼자만 알게 되고 납득하는 무엇이 생길 이다.

나는 나를 활용한 실험을 묵묵히 해나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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