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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Jul 10. 2023

9_글쓰기는 생각 이어가기다

-나는 내 인생의 첫 번째 독자가 된다

글쓰기는 생각하기다.

글쓰기는 생각 이어가기다.

생각 훈련이다.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대한 나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짧은 글을 인상적으로 쓰는 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요. 그런데 한 가지 주제로 길게 쓰는 건 도무지 불가능하더라고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글을 쓰다 보니 A4용지 한 장이 얼마나 넓은지 알게 됐어요. 그 한 장을 넘어서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죠."

"쓰는 시도를 하면서 작가들이 새롭게 보였어요. 특히 장편을 쓰는 작가들이 존경스러워졌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한 가지 주제로 긴 글을 쓸 수 있는 거죠?"


글 쓰는 모임을 할 때마다 매번 나오는 질문들이다. 단답형은 가능한데 서술형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 한 가지 주제로 일정분량 이상의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임을 참여하기 위해 우리가 써오기로 약속한 분량은 A4용지 단 한 장이다. 약속을 지켜 참석하기 위해 모임 직전까지  갖은 애를 쓴다.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이 종종 생긴다. 그럴 때면 A4용지 한 장은 드넓은 사막처럼 느껴지고 나는 방향을 모른 채 사막을 힘겹게 걷는 나그네가 된다.


이런 경험으로 알게 된 방안이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한 생각 이어가기를 해본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 애쓰고 그것의 타당성을 조사한다. 타당성을 뒷받침할 예시자료나 상황을 떠올려본다. 그렇게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비록 사막에 홀로 걷고 있기는 하지만 튼튼한 낙타 위에 올라탄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낙타를 구하는 방법은 '미저리'를 쓴 작가' 스티븐 킹 Stephen Edwin King'의 책을 참고해 본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유혹하는 글쓰기_스티븐 킹


 그는 글의 질적 변화는 읽고 쓰는 양에 비례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단지 그것뿐이란다. 그렇게 읽고 쓰고, 질문과 대답을 이어가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된다. 나의 생각도 글의 분량도 충분해진 것을 말이다.

 

 만약,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나는 왜 정원이 있는 집이 좋은지'에 대한 글을 써보려 했다면 그것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질문이다. 늘 막연히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싶어 했지만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계기로 그 이유를 찾아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그렇게 질문을 받은 나는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원 있는 집이 좋다. 무성하게 자라나는 생명을 바라보기가 가능한 정원을 갖고 싶다. 무더운 여름날 햇볕 아래 커다란 밀짚모자를 쓴 채 나의 정원을 가꾸고 싶다. 정원을 둘러보며 작은 세계를 관찰하고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고 온몸 흐는 땀방울을 느끼며 그들과 내가 함께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 그동안 나도 몰랐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식물들이 자라고 계절의 변화를 내 몸과 함께 알아갈 수 있는 장소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글이 끝나버린다면 막연한 혼자만의 상념이 되어버린다.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확장할 때다. 글을 읽는 타인들도 공감할만한 예시를 찾아 나선다.


"30년 동안 자신의 정원을 벗어난 적이 없는 일본의 화가 ‘모리카즈’를 그린 영화 ‘모리의 정원’에 나오는 것 같은 작은 정원 말이다. 5평 남짓한 모리의 정원은 햇살, 바람, 새소리,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긴 그의 세계다. 이렇게 작은 정원에서 그는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30년의 시간을 지낸다. 지나가는 개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나뭇잎이 떨어지며 그린 포물선의 파장을 느끼고 연못 속 물고기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평화로운 자신의 세계에서 수행하듯 사물을 느끼고 그것들을 내면화하여 추상화로 남긴다."


내 상상 속 정원의 쓸모와 형태를 구현했다고 생각되는 영화, 회화, 소설 등  다양한 예시를 통해 글을 읽는 이로하여금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묘사한다. 그런 후 나의 느낌과 감상을 모으고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생각 이어가기이며 인생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는 것이다.


"정원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마음속에는 정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정원이 늘 있다.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은 내면을 키우는 일이다. 그리고 정원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나에게 정원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더불어 해야 할 질문도 있다. '글이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항상 내가 쓰는 글이 어떤 가치를 낳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누구나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열심히라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작정 열심히 쓴 글이 나쁜 글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즘 뉴스와 인터넷 매체를 살펴보면 금방 공감할 것이다. 내 글이 나 자신을 속이거나 과장하지는 않는지, 타인을 비난하거나 억압하지 않는지, 약한 것에 대한  무시를 표현하는 것은 아닌지, 진실에 대한 왜곡을 낳을 여지는 없는지 늘 질문을 통한 자기 검열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_스티븐 킹


앞으로도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그리고 그것들을 즐겁게 해나 갈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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