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생각에 잠기는 계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친구는 봄이 되면 연락하고, 어떤 동생은 가을이 되면 연락하거든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연락했어요.”
“단풍 보러 왔는데, 네 생각이 나더라고.”
마음을 잘 내놓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어쩜 이리 따뜻한 말들을 하는지 고맙고 신기합니다. 어제도 오랜만에 반가운 목소리를 들었는데, 그 인사말에서 오늘 쓸 글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도 했답니다.
“오늘따라 왠지 언니가 생각나서 연락했어요.”
위에서 ‘왠지’는 맞게 썼나요?
‘웬지’라고 쓰면 어떨까요?
'왠지'는 ‘왜인지’의 줄임말입니다.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무슨 까닭인지'라는 뜻을 갖고 있어 부사로 쓰이죠.
덧붙여 ‘왠’은 혼자 쓰지 않고, ‘왠지’라는 두 음절 낱말로 써야 합니다.
ㄱ.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ㄴ. 오늘은 왠지 일이 잘 안 풀리네.
ㄷ. 왠지 그럴 줄 알았어.
ㄹ. 왠지 예뻐 보인다.
‘웬지’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대부분 ‘왠지’를 잘못 쓴 것이죠.
그러나 ‘웬’이라는 낱말은 있습니다. ‘어찌 된’ 또는 ‘어떠한’을 뜻하는 말입니다.
‘웬’ 뒤에는 항상 수식하는 명사가 따라옵니다.
ㄱ. 이게 웬 떡이야?
ㄴ. 웬 걱정을 그렇게 해.
ㄷ. 웬일이야?
ㄹ. 웬만한 건 다 있다.
이쯤 해서 오늘 고칠 문장을 다시 불러오겠습니다.
‘나도 (어떠한)만큼은 할 줄 알아.’와 같은 뜻으로 쓴 글이니, ‘웬’이 알맞습니다.
나도 웬만큼은 할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