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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Oct 05. 2022

은주의 모습 #1

빛이 들어오는 방


작업실의 화분

 은주의 작업실은 빛이 잘 들어오는 언덕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부터 예술가들에게 입소문 난 동네, 먹거리와 산책로, 카페가 많이 들어서기 시작한 곳에 작업실이 있다. 이번 공간도 집과 작업실이 함께 활용되고 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은주와 더불어 적갈색의 가구들이 나를 반겨주는 기분을 느꼈다. 매우 정갈한 공간이다. 얇은 커튼의 체크무늬 조직을 뚫고 나오는 빛 마저 정갈하고 고요하다. 길에서 다소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빌라, 그리고 1층에 위치해 있지만 언덕 중턱의 높이 덕분에 작은 창들 사이로 들어오는 동네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여러가지 수사와 설명이 필요없는 그저 편하고 고요한 공간이 있다. 은주의 작업실에는 그 안락의 시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작업실의 테이블


 촬영에 앞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를 기록할때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내는 것은 역시 재미 있는 이야기다. 이 집을 고르게 된 사연, 주변 지인에게서 영감받은 집과 물건들의 이야기, 그리고 작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간은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거실과 작업공간이 있는 방을 구경하면서 형용할 수 없는 잔잔한 빛을 만지는 느낌을 받았다. 빛에 촉감이 있다면 바로 이런느낌일 것이다. 파스텔톤에 가까운 노랑, 하지만 투명하게 비치는 그 노랑은 작업실 공간 곳곳을 누비벼 그와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신중하게 선택되고 놓였을 다양한 물건들은 나의 눈을 호기심의 시선으로 변화하게 했다. 사연, 시간, 이유, 조건 등 저마다의 다양한 역사가 있을 법한 사물들은 노랑의 촉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물과 그림


 은주는 나의 방문을 위해 몇 가지 과일과 쿠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준비해 주었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원목의 가구가 있는 여느 카페에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비염으로 인해 컨디션이 다소 좋지 않은 날이었지만 분명 이 고요한 햇살과 공기가 영양분이 되어 나에게 흡수 되고 있었다. 심사숙고를 거쳐 놓인듯한 가구와 물건,적당히 들어오는 빛과 어울리는 창과 벽지, 공간에 따라 이유와 목적이 분명한 은주의 공간을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잠시동안의 단아한 명상을 제공한다. 가구와 공간에 대해, 좋아하는 시간과 무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대화인 동시에 서로의 사색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기록하는 사람 _ 박소호


물감과 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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