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호 Oct 12. 2022

은주의 모습 #2

꽃을 찾아서

작가 은주의 모습
꽃을 받치고 있는 손


 조금만 걸어나가면 좋은 산책로와 빵집, 도서관, 그야말로 작가에게 최적화된 지역이다. 특히, 잔잔한 음악과 빵을 좋아하는 은주에게 아주 적합한 장소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차로 이동하면서 동네의 애정하는 공간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주차를 하고 산책로로 가면서 어떠한 모습, 어떠한 장면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딱히, 특정한 포즈를 계획하지 않고 설계하지 않아도 예술가들은 자신의 공간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나는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빛이 허락하는 순간에 아주 잠시동안 셔터에 힘을 가할 뿐이다. 개천이 흐르는 이 공원은 지역에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은주의 산책로


 바둑을 두러나온 노인들, 산책하러 나온 강아지, 운동하러 나온 청년들, 모두 자신의 여가를 즐기기 위해 이 공간을 찾는다. 함께 걸으면서 은주는 자주 앉았다 일어서거나 몸을 숙이는 동작을 반복했다. 무언가 찾고 있었다. 자연스레 그의 눈에 들어온 작은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작은 풀, 꽃, 돌맹이, 작지만 나름의 모양을 취하고 있는 것들은 그의 시선과 손에 담긴다. 이름없는 풀, 무언가를 노리고 있는 고양이의 숨죽임, 물밑을 유영하는 생명들은 인위로 만들어진 이공간에서 나름의 야생을 만들어가고 있다. 산책로에서 은주의 모습은 무척 자연스러웠다. 내가 준비할 필요없이 셔터를 누르게 되는 순간을 직관적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 자신의 눈과 손에 담긴 이 많고 많은 작은 야생의 빛깔들을 최대한 많은 이들의 눈과 손으로 절달하고자하는 역할, 은주가 생각하는 작가의 모습일 것이다.


기록하는 사람 _ 박소호


은주의 모습


이전 05화 은주의 모습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