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생명이 물속으로 사라지려는 순간
노인의 팔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물에 붙었고,
입술은 하얗게 질렸다.
입이 열렸다 닫히길 반복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이제 외치지 않았다.
애초에 소리쳐도 아무도 듣지 못했다.
거리 위 창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다.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고 창문 너머를 찍고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커튼을 쳤다.
비가 창틀을 치고,
바람이 창문을 때렸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침묵했다.
노인의 상반신은 여전히 맨홀 위에 놓여 있었다.
물이 가슴팍을 넘었고,
턱을 넘보았다.
두 팔은 축 늘어져 있었다.
누구 하나,
거리로 나서는 이는 없었다.
주차된 차량 하나가 천천히 떠내려갔다.
핸들이 돌아갔고,
차량은 빙그르르 돌았다.
누군가가 그 장면을 촬영하며 중얼거렸다.
“미쳤네… 영화 같아.”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서는
점원이 문을 반쯤 열고 보다가 다시 닫았다.
“그냥 119 부르지 뭐.”
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구조대도 이미 마비된 상태였다.
도로는 침수됐고, 바퀴가 닿는 곳이 없었다.
그 순간,
멀리서 누군가가 뛰어왔다.
덩치가 크고,
작업복을 입은 남자였다.
그는 물살을 가르며 맨홀 쪽으로 달려갔다.
바로 앞까지 와서,
그는 멈췄다.
노인을 본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숨을 몰아쉬고,
뒤돌아 외쳤다.
“여기 사람 빠졌어요! 맨홀에!”
그러나 그의 외침은
또 다른 빗줄기 속으로 묻혔다.
도시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창문은 닫힌 채였고,
사람들은 그를 보지 않았다.
그는 다시 노인을 향해 다가갔다.
맨홀 가까이에 서자, 물살이 정강이를 강타했다.
한 발을 옮길 때마다 미끄러졌고,
그는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그 와중에도 노인은 꿈틀거리며,
작게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 순간,
비가 그치지 않았음에도
거리엔 정적이 감돌았다.
노인은 말없이 입술을 움직였다.
‘살…려…줘…’
하지만 그것은 목소리가 아닌,
눈으로 외치는 절규였다.
다음은 2막 1절 「정비소의 빗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