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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어? 혼자 가는 거잖아.
인도에 간다고 하면 첫번째로 나오는 반응이다. 남자도 이런데 여자는 오죽할까. 강간의 나라다, 100프로 사고가 터진다 등 온갖 걱정어린 시선들이 날아든다. 얘기만 들으면 치안 안좋다는 남미보다도 훨씬 위험한 나라 같다니까. 그래서인지 해외여행이 대중화된 요즘에도 한국인에게 인도는 일반적이지 않은 여행지다.
1.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인도는 인기있는 관광지다. 인도는 방문객 기준 아시아 7위의 여행지다.(참고로 한국은 9위다.) 재밌는건 방문객들의 국적이다. 전체 관광객의 66%를 차지하는 상위 10개국 중에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의 가까운 나라를 제외하면 죄다 유럽 혹은 북미 문화권이다. 그래서 인도에 오면 서양인 여행객이 많다. 정말 많다. 이들 중에는 히피를 처음 보는 사람도 '히피네'라는 느낌을 주는 친구들이 상당수다.
인도방문 상위 10개국. 인접국을 제외하면 모두 유럽-북미다.
2.
히피를 정말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체제로부터의 자유, 물질문명에 대한 반발, 평화주의'다. 2차세계대전 후의 경제적 성장에 따른 기성세대의 물질주의적 성향,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며 태어난게 히피다. 이념은 좋다. 문제는 체제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너무도 자유로운 복장을 하거나, 정신세계를 탐구한다며 마약을 사용하는 등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기이한 행동을 했다는 점이다. 시대가 지나며 전쟁도 없어졌고 히피들의 신비주의도 벗겨졌다. 요즘엔 히피라고 하면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자연인 혹은 철부지 정도의 이미지다.
1960년대 당시의 히피복장을 재현한 모습
그런 히피들의 천국이 인도다. 서구의 물질문명에 대항하는 동양의 정신문명의 선도자의 이미지랄까. 인터넷이 보급되고 인도여행이 대중화되면서 환상이 많이 깨졌지만 그래도 여전하다. 4대종교 중 두개인 힌두교와 불교의 발상지, 요가마스터들이 있는 곳, 화장한 시체를 뿌리는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 같은 아시아인 우리가 보기에도 신기한데 서양인들에겐 어떻겠는가. 그래서인지 '인도에 가면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식의 인도병이 그쪽에도 있단다. 당장 한국에도 소개된 소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도 그런 내용이 있다.
이런 약빤거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많이 빨았었고.
3.
리시케시는 유독 이런 성향이 짙은 곳이다. 요가의 발상지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그래서 방문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세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본고장에서 요가배우기'였으니 꼭 들러보고 싶었다. 요가의 발상지라는것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일단 버스에 탔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릭샤를 탔다. 내리고 나니 '본고장에서 요가를 배우자'는 버킷리스트가 얼마나 식상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여긴 분명 인도인데 인도 사람보다 서양 사람들이 더 많다. 하나같이 옷차림이 자유분방하기 그지없다.
"히피 왕국이 따로 없네. 이런건 나도 처음본다, 야."
버스에서 만난 미국인, 댄이 말했다.
보름달 댄스파티, 보름달 여성모임, 디톡스 명상 등 별의별 광고가 다있다.
다른 인도의 거리와 별다를게 없어보이는 리시케시의 골목에는 특징이 있다. 광고전단지가 정말 많다. 그중의 80%는 요가센터다. 관광지라기엔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리시케시에 이 많은 여행객들을 끌어들인 원동력이다. 인도는 요가의 나라다보니 마을마다 요가 교습소가 최소 한두 개는 있지만 리시케시는 단연 독보적이다. 100미터에 하나씩 학원이 있다. 제각기 다른 관광객들의 시간을 고려해 1시간, 3일, 1주일, 한달, 세달까지 맞춤형 교습을 제공한다. 요가는 별로라고? 걱정 마시라. 요가가 맞지 않는 '고객'의 니즈까지 채워주고자 회복명상회, 명상댄스파티(?), 여성사교모임 등도 진행 중이다.
상업화된 관광지에 많이 다녀봤지만 이런덴 처음봤다. 거리는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고,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가게가 줄지어 서있다. 커리 파는데보다 파스타랑 피자 파는데를 찾기가 더 쉽다. 덕분에 근 한달간 커리에 지친 혀를 달래기엔 좋았지만'이건 아닌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요가센터들은 5주짜리 요가지도자 양성코스를 수료하면 수료증을 준다며 홍보에 여념이 없다. '할거 없으면 요가코스 등록해서 수료증 받아가면 굶어죽진 않겠네'라며 냉소를 지었다.
4.
어쨌든 나도 수업을 들었다. 매일 오후 네시반부터 여섯시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한번 들을 때마다 200루피(한화 3300원) 밖에 안하는 착한 가격이다. 내용이 좋다. 난이도도 적당히 어렵다. 그런데 하루에 한시간만 듣자니 시간이 아깝다. 리시케시는 몇 개의 사원을 빼고 나면 볼게 없는 도시다. 그래서 떠나기 하루 전에 한 수련원에서 제공하는 전일 코스를 통해 '빡세게' 배워보자 싶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생각이 잘못됐음을 느꼈다.
※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 예고
매거진 <그리다 세계여행>의 다음 글은 "요가하는 히피에게 행복을 배우다(하)"에요. 오직 요가를 배우겠단 생각만으로 인도에 온 히피들. 그들의 수련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11월 18일 월요일 오전 7시 30분에 공개됩니다. '인증샷 관광'이 아닌 '생각하는 여행'을 지향하신다면 <그리다 세계여행>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