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 브라운을 바르던 그녀는…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by Minimum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혜수, 이영애, 김희선 등을 TV에서 보다 보면 세월은 그들만 비껴 흐르는 건지, 거꾸로 흐른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연예인이다 보니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에 주름 하나 없는 도자기 같은 피부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20년 전 그 시절의 화장법과 요즘의 화장법은 크게 다른 탓이기도 할 것이다. 패션에 있어서는 부츠컷이나 와이드 팬츠, 일명 배꼽티로 불리던 크롭티 등 유행이 다시 돌아왔지만 화장법은 2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일단 요즘의 자연스럽고 촉촉한 물광 피부 표현과 달리 지금의 쿠션과 비슷한 이이템인 트윈케이크로 다소 매트하고 두꺼운 피부 표현을 했고, 눈썹 모양은 얇고 눈썹산이 높은 일명 갈매기 눈썹이 대세였으며 아이&립 메이크업의 컬러 톤도 브라운, 버건디, 퍼플, 오렌지 등 지금의 메이크업 트렌드 컬러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 당시에는 성숙하고 고혹적이며 세련된 이미지의 진한 메이크업이 대세였기에 젊은 여성들도 풀메이크업을 하면 다소 나이 들어 보였다면, 요즘의 내추럴 메이크업은 실제 나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 보이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 시절에는 화장품 회사도 지금과는 달리 굵직한 몇 개 밖에 없었는데 그들은 계절마다 특정 컬러와 톤을 콕 집어 집중 마케팅을 하기도 했고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화장법을 보며 따라 하는 여성들이 많았기에 각자의 개성보다는 너도 나도 유행하는 화장법을 쫓는 분위기였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몇 가지 트렌드 컬러는 밍크 브라운, 미스티 퍼플, 트로피칼 오렌지 등이다. (필자 또한 트렌드 동승자였기에^^)


90년대 밍크브라운 립스틱 광고


자연스럽고 생기 있어 보이는 화장법을 선호하는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자니,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말라비틀어진 낙엽 색깔 같은 브라운이나 버건디, 핼러윈 코스튬에 어울릴 법한 으스스한 분위기의 퍼플 등의 컬러를 입술에 발랐다는 게 새삼 놀랍지만 그 당시엔 그 보다 더 세련되고 분위기 있어 보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공들여 짙은 화장을 하곤 했다.

그래서 20년 전 오래된 사진을 보면 거무튀튀한 화장을 한 내 모습에 놀라기도 하지만 그런 칙칙한 화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싱그럽고 생기 있어 보이는 그 시절의 젊은 나를 보며 잠시 촉촉히 추억에 잠기곤 한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


칙칙한 화장마저 뚫고 나오는 싱그러운 젊음. 방황과 어둠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던 청춘의 시간.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거름 삼아 우리는 나머지 고단한 인생을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풋풋하고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간은 들고양이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렸기에 그 시간이 남긴 여운과 잔향은 영원히 우리의 영혼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무모했고 아팠고 흔들렸고 방황했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찬란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늘 가슴이 촉촉해지고 못 견디게 그리워지곤 한다. 립스틱 하나로 괜스레 추억에 젖어버린 오늘 같은 밤, 예쁜 티팟에 소주랑 레몬즙 팍팍 넣어 레몬소주나 한 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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