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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NS에서 퇴사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 기사의 골자는 회사 상황이 힘들 때 절대 일을 그만두어서는 안되며,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고 몸값이 제일 높을 때 이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회사 상황이 힘든 시기에 일을 그만두면, 새로 취업할 때 면접에서 퇴사 사유에 대해 끈질긴 질문 공세를 받을 수 있고, 떳떳하게 답변하지 못하거나 혹은 너무 떳떳하다는 이유로 약점을 잡힐 수 있으며, 그때 면접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면접에서 떨어질 확률이 높다.
그만둘 때는 몰랐는데 멀쩡한 직장에서 퇴사한다는 게 이렇게 무슨 '죄인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줄이야.
당시 본인에게는 정말 힘들었던 상황도,
도저히 버틸만한 여건이 아니었다고 설명을 해도, 면접관들에게는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인다.
직급에 비해 과도한 업무량을 처리하고, 한달에 한 명씩 팀원이 퇴사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채용을 할 때는 '일한 기간'을 우선적으로 보지, 어느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느냐를 평가하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당신의 퇴사를 반대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음 회사를 정해놓지 않은 채로 퇴사를 한 경험이 있다.
다시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내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계기이기도 한.
남들은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척척 잘도 한다는데.
다니는 회사에는 아프다고 병가를 내고, 몰래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러 다니며 아무렇지 않은 척, 겉으로는 태연하게 그렇게 다니다가, 최종 면접에 붙고 나면 보기 좋게 다니던 회사에 한방을 먹이는 거다.
상사가 뒤늦게 잡으려 해도, 이미 새 회사 입사일은 정해졌다며 고집을 굽히지 않고 어깨에 힘 준 채 그렇게 이직을 참 잘도 하는데.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다 그렇게 한다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한 번에 하나밖에 하지 못한다.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면 그 회사를 열심히 다니며 진심으로 일하고, 이직을 하겠다면 새로운 일과 자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입사를 준비한다.
절대 한 번에 그 두 가지를 하지 못한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부족한 걸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일이 내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 그만두어버렸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보험도 없이.
'이직은 잘 나갈 때 하는 거라고? 잘 나간다면 계속 열심히 일해서 더 승승장구하겠지, 왜 그때 모든 걸 그만둬? 그만큼 회사가 자신에게 잘 맞다는 건데 왜 굳이 이직을 하라는 거야. 잘 나갈 때는 현실에 집중하며 더 잘 될 수 있는 거 아냐?'
'회사 상황이 힘들 때 그만두지 말라고? 힘들 때 참고 또 참고 그렇게 견디다가. 멀쩡하던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그땐 회사가 책임져줘?'
이게 나만의 지론이었다.
내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건 아니지만. (나도 퇴사하고 나서 처음에는 이런저런 후회 참 많이 했다^^;)
누군가 묻는다면, 퇴사는 절대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힘든 경험이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던 일을 참으며 끝까지 버텨보겠냐고 묻는다면,
그런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답할 것이다.
아마 나는 운 좋게도 내 스스로가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 같다.
퇴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던 한 분이 이런 말을 하셨다.
"어찌 됐든 마지막에 결과가 좋으면 다 넘어갈 수 있는 거 알지? 보기 좋게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퇴사를 하고나서 "나 일 그만뒀어." "나 퇴사했어."라고 말했을 때, 내 편을 들어준 사람은 별로 없었다.
왜 멀쩡한 직장 그만두었냐.
지금 취업시장이 얼마나 힘든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건 줄 모르고.
내가 이미 그런 것들에 대해 몇 번이고 고민하고 내린 결론인 줄 모르는가 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한 것이다.
내 직장이 멀쩡한 것을 알면서도.
취업 시장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말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서 ,
지금이 아니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런건데.
왜 내 편은 안 들어주는 걸까.
이런 것들을 다 알면서도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왜 이해해주지 못하는 걸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때 내가 큰 용기내어 퇴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퇴사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처럼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새로운 성취를 맛보지 못하며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는 비관주의에 젖어 냉소적인 태도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더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 청춘과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소비한 것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했을 것이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든지 아무 대책 없이 하던 일을 쉽게 그만둘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것이 아니다.
하지만 퇴사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에는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용기 있게 퇴사를 결심한 사람들의 편이 되어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
무조건 '퇴사하길 잘했다'는게 아니다.
그저, 이미 많은 고민 끝에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면 그것을 지지해 주고 싶다.
부디 이런 글로나마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고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