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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민 Aug 09. 2018

퇴사하고 나면 보이는 것들

Career

최근에 올린 포스팅을 비롯 기업에서 일한 것에 대해 너무 안은 글만 올린 것 같아 마음이 걸렸다.

사실 지금은 직장을 박차고 나와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배운것도(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얻은것도 꽤 많기 때문이다. 


퇴사후, 한 2주간은 꿀같이 달콤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내가 버리고 난 것들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물밀듯이 몰려왔다.

대개 추억은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것보다 좋은 것들로 가득하다. 기억이 미화되는걸까.


어쨌든, 퇴사 후에야 뒤늦게 알게 된,

직장생활을 하면서 좋았던 점, 그리고 직장생활을 통해 배우게 된 내용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 한번 정리해보겠다.


1. 한달에 한번,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아마 모든 직장인들이 직장을 버틸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월급이 아닐까 싶다.

직장에서 월급을 받을 때마다 내 힘으로 돈을 벌수 있다는게 신기했고, 이는 성취감과 자신감 상승으로 이어졌다.

월급 덕분에 높은 수준의 입맛(?)유지할 수 있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당연히 학생때와는 다른 스케일로 쇼핑을 하고, 비싼 음식을 먹었다.

점심 직후에는 (식사값에 버금갈 정도의 비싼)커피를 매일 습관적으로 마셨다.

정해진 날짜에 항상 고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왔고, 적금을 들어 일정 금액을 저축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2. 동기나 또래 직장인들과의 꿀같은 점심시간

최근 꽤나 이슈가 되었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에서도 잘 묘사되어있다.

점심시간 땡 하면 직장인들이 아이디카드를 목에 걸고 손에 지갑과 핸드폰만 쥔채 회사 건물에서 나와  우르르 몰려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가는 모습이.

"아이디카드를 목에 걸고 점심을 먹으러 다녔다. 다들 별 의미 없이, 굳이 따로 챙겨 다니는 게 번거로워 그냥 달랑달랑 걸고 다니는 것 같았지만 김지영 씨는 일부러 그랬다. 오피스 건물이 많은 번화가의 낮 시간이면 회사 이름이 새겨진 도톰한 스트랩을 목에 걸고, 그 끝에 투명 케이스에 담긴 아이디 카드를 매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계속 마주쳤다. 김지영 씨는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 목에는 아이디카드를 걸고, 한 손에 지갑과 핸드폰을 한꺼번에 들고, 무리 지어 거리를 걸으며, 오늘은 또 뭐 먹지, 라고 말하고 싶었다." - <82년생 김지영>


오전시간을 바쁘게 보내고 나 어떤 메뉴를 먹을지 고민하고, 마음 통하는 직원들끼리 함께 점심을 먹으며, 상사나 부하직원에 대한(혹은 거래업체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것. 이바로 직장인들의 '숨통'이 아닐까.

연애스토리의 진전은 없는지. 소개팅한 사람은 어땠는지. 사소한 일상에 대해 수다를 떠는 것도 재미있었다.

"직장에서 만난 사람에게는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직장에서 친한 윗사람이나 또래 동료들과 가끔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떤 패션이 유행하는지, 어떤 화장품 제품이 인기인지, 어느 음식점이 핫 플레이스인지. 카카오톡 단체톡방에서 연예인 찌라시를 공유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회사를 다닐때는 몰랐는데 막상 회사를 나오고 나니, 그렇게 같이 불평불만을 토로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점심시간과 수다가 그립다.


3. 사회적 지위, 정체성의 일부

회사를 다닐 때는 몰랐다. 내가 얼마나 회사에 빠져있었는지.

그리고 회사가 내 정체성의 일부이자, 나를 대표해주는 '브랜드'였다는 것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속한 회사(또는 소속 단체)를 통해 그 사람의 능력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결국 회사(또는 소속 단체)는 사회적 지위 판단의 기준이 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어딜가나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저는 현재 xx(회사명) xx(직무)을 맡고있는 xxx 입니다." 라는 말로 시작한다.

퇴사를 하고나면, 그런 식으로 소개를 할 수 없게 된다.

"예전에는 xx 에 몇년정도 다녔었는데, 지금은 나와서 일을 쉬고 있는 xxx입니다."라고 하면 괜찮을까.

갑자기 나는 그 누구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소속된 회사도, 단체도 없고.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혹은 그 전에 해왔는지)도 설명할수 없다. 지금은 그 일을 하지 않으니까.

하는 일과 회사를 빼면 어떤 식으로 내 자신을 소개할 수 있을까. 첫 마디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4.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환경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놓이게된다.
직장 상사, 동료, 업체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말투를 사용하는지.

예상못한 문제가 생겨서 당황하 될때 어떤 나쁜 습관이 나타나는지.

직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하다보 평소 친구들이나 가족들 앞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나의 새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예를 들  경우에는, 일을 하면서 '내가 누구에게나 거절을 참 못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윗사람이나 협력업체 담당자가 무언가를 요청했을때, 내 대답은 항상 예스였다.

어떤 일이든 "한번 해보겠다." "최선을 다해보겠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었다.

싫은 티를 못내서 일을 다 떠안고 혼자 끙끙거리며 힘들어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거절하는 요령이 조금씩 생겼다.

어느순간 '내가 처음에는 거절을 전혀 못했는데 이제는 상대방이 불쾌하지 않게 돌려서 말하는것도 꽤 잘하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발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는(기억속에서 바로 떠오른) 회사의 굵직한 장점 몇가지를 적어봤다.

회사가 싫다고 뛰쳐나온 나이지만, 따지고 보면 회사로부터 얻은 것도, 배운것도 꽤 다.

그래서 가끔(아주 가끔!) 퇴사를 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을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일 당신이 퇴사를 고려중이거나 퇴사하기로 결심했다면,

위에 적힌 회사의 좋은 점들을 과감히 버릴 준비가 되었는지,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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