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지금껏 회사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프리 선언'에 대한 글을 많이도 썼지만, 가끔은 내가 프리랜서의 길을 잘 선택한 건지, 회사로부터 독립을 너무 빨리 선언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거기다 부모님은 내가 대학원에 쏟아부은 등록금만 해도 얼마냐고, 투자금 적자(?)를 면하려면 프리랜서 운운하며 불규칙적으로 힘들게 일해 돈 벌지 말고, 이제 그만 취업해서 안정적으로 고정 수입을 버는 게 어떠냐고 하신다.
여러 고민과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굳이 프리랜서를 하려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프리랜서의 장점에 대해서 적어보겠다.
1. 정직한 소득 창출, 일을 하는 만큼 돈을 번다.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큰 불만이었던 부분은, '일 많은 사람', '일 없는 사람'은 항상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야근하는 사람은 늘 야근하고 일이 끊임없는 반면, 일이 없어 칼같이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은 늘 그랬다.
야근 수당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대기업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기업—내가 몸담았던 외국계 회사를 비롯—에서는 흔히 기본급에 야근수당이 이미 포함되어있다.
일만 많이 하고 돈은 더 벌지 못하니, 야근을 많이 할수록 손해인 셈이다(그만큼 일은 더 배울 수 있겠지만).
반면, 프리랜서는 본인이 일한 만큼 정직하게 돈을 벌 수 있다.
많이 일한 달은 수입이 많고, 적게 일하는 달은 수입이 적다.
수입이 불규칙하다는 단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하고도 차별화된 보수를 받지 못해 억울하거나, 일을 거의 안 하고도 나와 똑같은 보수를 받는 누군가를 보며 배 아플 일은 없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일한 성과를 빼돌리거나 자신의 공으로 돌릴 상사도 없다.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인 만큼 부담이 크기는 하겠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 내 능력에 따라 정직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 프리랜서 일이다.
2. 다양한 분야의 일
내가 꼽는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일단 한 가지 일에 빠지면 그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그 한 가지를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빨리 습득하는 편이지만, 그만큼 싫증이 빨리 찾아오기도 한다.
열정이 빨리 달아오르는 만큼 빨리 식기도 한다.
직장에서는 열정이 식더라도 같은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
어떤 면에서는 얼마나 끈기를 갖고 같은 일을 지속적으로 오래 할 수 있는지가 회사생활의 관건인 것 같다.
반면, 회사원과는 달리 프리랜서는 하나의 정해진 일을 하기보다는 다양한 일을 접하게 되며,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탐험하고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는 나는 매번 다른 분야에서 통번역 할 기회가 많다.
하루는 기업 임원과 바이어들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회의에서 순차 통역을 하다가, 또 다른 날에는 해외 연사 초청 워크숍에서 강의 통역을 하기도 한다. 기업 회의실에서 정장을 차려입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통역하는 것과 자유로운 분위기의 연수원에서 레크리에이션을 동반한 워크숍 통역을 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다양한 일을 접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을 듯하다.
3. 자율적인 시간 관리
시간 관리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프리랜서의 또 다른 장점이다.
능률이 좋을 때 일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쉬거나 기분전환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물론, 업무 스케줄이 허용하는 선에서)
매일 정해진 시간 일하는 것은 직장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지만, 솔직히 말해서 때로는 일에 집중하기 힘든 날도 있지 않은가?
회사를 다닐 때는 몸 컨디션이 안 좋거나 집중이 안 되는 날에도 억지로 출근해 컴퓨터 앞에 앉아 뭐든 하(는 척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일단 대충이라도 해야지 하며 시작했다가 나중에 뜯어고치느라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프리랜서의 경우, (갑작스럽게 급한 일을 의뢰받는 경우도 있지만) 미리 업무 마감일이나 행사 일정을 받고 나면, 본인이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시간 관리가 쉽지 않아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일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같은 업체와 일을 몇 번 해보고 어느 정도 비수기와 성수기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의지만 있다면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본인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어느 정도 파악되면, 모든 일을 다 받아들이기보다 선별적으로 받아 일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도 있다.(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이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끊임없이 일을 하다 에너지를 소진해 버리는 '번아웃 증후군'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이미 위에 적은 프리랜서의 장점을 내가 잘 발휘하며 일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프리랜서의 경우 저런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상과 현실에서는 차이가 나겠지만^^;
그래도 프리랜서.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 나는 멋진 프리랜서가 되는 날을 꿈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