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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민 Oct 31. 2023

평일 맛집 도장 깨기

이 맛에 프리랜서 하지요!

지금껏 프리랜서의 고충을 몇 가지 나열해 봤는데, 다시 읽어보니 진절머리가 나네!

그럴 거면 취업하지, 왜 굳이 계속 '프리'하냐고?

회사에서는 가끔 '월급루팡'도 하고, 복지 혜택도 실컷 누릴 수 있는데, 왜 굳이 회사 밖에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며 궁상을 떠는지, 의아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프리랜서를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쏟아붓고 쉬는' 일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일도 일이지만, 무엇보다 프리랜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한다.

치열하게 일하다가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유유자적하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낼 수 있는 그런 자유.


내가 정한 루틴에 맞춰,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러 가고, 보고 싶은 것들을 본다.

물론, 매일을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대개 큰 마감을 마치고 나서, 이런 헐렁하고 '루즈한 생활'을 즐긴다.

그래서인지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소설 샘플 번역이나 영화 자막 번역처럼 하나의 작품 작업을 마치고 나면,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스스로가 소진된 기분이다.

노인 생활에 관한 에세이를 번역하고 나서는 주인공에게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내가 다 늙은 기분이었달까.

이럴 땐 반드시 휴식과 리프레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번아웃이 오거나 추후에 정말 중요한 번역 의뢰가 들어왔을 때 기력이 달려 번역 퀄리티가 현저히 낮아질 위험이 있다.

아마 초보 프리랜서와 중견(~베테랑) 프리랜서의 차이가 여기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초보 때는 들어오는 일을 모조리 쳐내는 데 급급해서 매일이 바쁘고 숨찼다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정말?!) 프리랜서는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하얗게 불태워 빡세게 일하는 법을 안다.

일이 없다고, 시간이 남아돈다고 해서 불안에 떨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을 유유자적하게, 또는 충분히 즐기고 live to the fullest 하려 노력한다.

 

그렇다면 일이 없고 한가한 날엔 뭘 할까?

대단한 일탈을 꿈꾸지 못하는 나는, 다른 디지털 노마드들처럼 해외로 훌쩍 떠난다든지, 제주에서 한 달 살기와 같은 거창한 시도는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서울 시내 맛집 탐방, 문화생활 즐기기 정도인데, 나로서는 최고의 휴식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평일 낮에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서 맛난 잠봉뵈르 베이글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먹고 왔다. (진짜 런던은 아니고...ㅎ_ㅎ)

주말엔 몇 시간 줄 서야 겨우 입장한다는 핫플을, 혼자 가서 마음껏 먹고 인증샷도 찍어왔다. ^_^v

근처에 있는 인스타 갬성 카페도 다녀왔다.

인싸는 아니지만, 인싸들은 꼭 간다는 핫플들을 찾아가며, SNS에서 보다가 하나둘씩 저장해 놓은 맛집 도장깨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달엔 프리랜서 친구와 함께 마티즈 전을 다녀왔다.

주말엔 관람객들로 붐벼서 작품을 제대로 관람하기는커녕, 사진 한 장을 찍으려 해도 뒷배경에 낯선이들이 한두 명씩 참조출연하기 마련일 텐데.

평일이라 그런지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많지 않아서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작품들 옆에서 독사진도 몇 장 건졌다.


한때 예약하기 그렇게~ 힘들다던 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도, 평일 오전으로 예약하니 비교적 쉬웠다.

여유롭게 이중섭 화가의 작품들을 보고 오디오 해설도 듣고 왔다.


종종 평일 오전에 조조영화를 보기도 한다.

‘금주의 영화 추천’과 같은 콘텐츠를 번역하다가, 되려 내가 추천당해 곧바로 다음날 오전, 영화관으로 직행했다. 나는 노는 게 아니라 번역을 위한 배경지식을 공부하는 거야,라는 핑계로.^^;


일이 없다면 그 시간에 지식이나 기술이라도 쌓자!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취미를 만들거나 무언가를 새로 배우기도 한다.

얼마 전에 카카오톡 이모티콘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는데, 그 이후로 틈만 나면 아이패드를 붙들고 나만의 캐릭터를 구상하곤 한다.

나름 급조해서 카카오톡에 이모티콘 제안하기도 한번 해봤다. 결국 통과되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다시 수정해서 살려내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 내가 이 맛에 ‘프리’하지!

느슨하게 풀었다가 다시 빡세게 조였다가 하는 프리랜서의 삶은 꽤 추천할 만하다.

한 번 맛보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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