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유주얼 텍스트픽 #4 (Feat.이윤주)
매거진 언유주얼에서는 좋은 글을 모아 여러분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언유주얼 텍스트픽! 텍스트픽의 선정 대상은 미등단 미출간, 즉 초야의 실력자들입니다.
실력자들의 글을 감상하고 그 중에서도 좀더 좋았던 부분을 소개하고 에디터가 이 글을 선정하게 된 배경 또는 감상을 짧게 코멘트와 함께 소개하는 코너인 것이죠.
정말 좋은 이야기는 몇 번이고 보아도 여전히 좋고 기다려지죠. 오늘은 브런치 작가 <이윤주> 님의 글에서 골라 봤습니다.
경비아저씨는 물론이고
총 30세대의 이웃 전체, 아니 그 동네를 오가는 모든 이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방식이었다. 물론 신뢰라는 개념 자체가 공고했던 게 아니다.
불신이란 개념을 몰랐던 거지.
이틀 전, 복도식 아파트의 20층으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이 글이 눈에 들었던 걸까, 아니면 작가의 이름이 나와 똑같아 눈에 띈 것일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글이 이웃의 존재를 상기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틈만 나면 열쇠를 잃어버렸다. 그러면 6층 계단에 앉아 엘리베이터가 6층에서 멈추길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러다 가족보다 옆집 아줌마에게 먼저 발견될 때면 어김없이 그 집으로 초대됐다. 아파트 지하실에 열쇠를 떨어뜨릴 때도 왕왕 있었는데, 지하실이 무섭다는 이유로 1층 계단에서 서성거리면 꼭 누군가는 “여기서 뭐하니?”라며 말을 걸어 주었다. 그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은 이웃에게 친절했고, 서로를 신뢰했다.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 되는 쌍문동처럼 무엇이든 나눠 먹는 정이 늘 넘쳐났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났다. 여기서도 그런 이웃을 만날 수 있을까? 옆집에 누가 사는지 얼굴 보기도 힘든 세상이 됐지만 기대를 완전히 버리긴 어쩐지 아쉽다. 아무래도 이번 주에는 떡 한 말을 주문해야겠다. ‘당신과 좋은 이웃이 되고 싶다’는 떡말이 담긴 수수팥떡을.
- 에디터 이윤주, 언유주얼 매거진
이윤주 에디터는 언유주얼 매거진의 원고 구성 및 <언유주얼 모먼트> 코너를 기획, 편집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 매거진을 표방합니다. 소설 수필 시 영화 음악 전시 사진 공연 뭐든 '내 얘긴데' 하는 얘기들을 빠짐없이 모을 것입니다.
언유주얼 브런치엔
에디터들이 픽한 언유주얼픽이 올라갑니다. 인스타그램에 줄곧 소개하고 있는 이미지픽을 비롯하여, 브런치를 비롯 인터넷에 공개되는 미등단 미출간 작가의 좋은 글을 소개하는 텍스트픽, 주단단 칼럼니스트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명화픽도 준비됩니다.
우리 같이
좋은 거 보고 재미나게 살아보자고요. 우리들의 an usual한 하루가 unusual하게 느껴지도록.